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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봤어?”
“뜬금없이 왜 그러냐? 왜? 말 돌려 보려고? 불편해?”
그래, 계속 그렇게 놀려. 단아는 고개를 바싹 올렸다.
“나 정말, 그 영화 좋아하거든? 해리랑 샐리가 시카고 대학에서 맨해튼으로 같이 자동차 타고 가다가,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 왜 있잖아. 그 장면 유명하잖아. 그러니까 해리가 자신과 섹스한 여성들은 자신에게 만족했다고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샐리가 여자는 남자에게 만족을 느끼지 않아도 그런 것처럼 위장한다고 하며, 샌드위치를 먹다말고 성적인 만족을 느끼는 것처럼 연극하는 거. 그 장면 알지?”
단아는 빈정거리는 말을 끝내자마자 은혁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 능글능글한 미소는 싹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방금 전 자신이 지었던 약 올라하는 표정만 있었다.
“그래서! 내가 착각하는 거라고?”
“풋. 뭐, 그건 본인만 알 수 있겠지!”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낮았지만 단아는 개의치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었다. 승리자의 몸짓이란 바로 이런 거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그녀의 통쾌한 마음은 1분도 안 되어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은혁이 팔짱낀 단아를 짓누르듯 안았기 때문이었다.
“뭐, 뭐하는…… 아…….”
갑작스런 그의 포옹에 벗어나려고 했지만, 방금 만든 승리자의 몸짓은 그녀에게 족쇄가 되었다. 팔짱을 낀 채 그의 체중에 짓눌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단아의 머리카락을 은혁이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른 한 팔로는 어깨를 짓누르며 입술을 부딪쳤다.
그것은 소나기였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사납게 쏟아지는 소나기. 그녀는 비가 들이치지 못하게 창문을 꽉 잠그듯 입을 앙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