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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내일 시험 잘 보라고 하고는 집을 나섰다.
그녀가 간 후에도 계속 거실에 남아 공부를 하는데, 문득 내 옆자리에 빨간색 바탕에 흰색의 작은 꽃무늬가 프린트된 손수건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 보였다. 아까 차 안에서 그녀가 땀을 닦던 손수건이었다.
혜윤은 보기보다 무척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자신의 물건을 곧잘 잃어버리곤 했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떨어진 손수건을 집어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흠…… 빨랫비누 냄새, 햇빛 냄새, 여자 냄새, 어릴 적 어머니의 품에서 맡던 바로 그 냄새…….
손수건을 들고 2층 내 방으로 올라가, 침대 옆에 놓여 있는 테이블의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서 진한 푸른색 바탕에 현란한 금박 리본무늬로 장식된, 커다란 직사각형의 금속 상자를 꺼냈다. 그것은 예전에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출장으로 프랑스에 갔던 아버지가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던 봉봉 초콜릿이 들었던 상자였다.
어머니는 그 상자 안에 내가 어려서 썼던 유아 일기를 넣어 두었었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지금, 나는 그 안에 초콜릿처럼 달콤 쌉싸래한 나만의 수집품을 모아 놓았다. 연필, 볼펜, 수첩, 연습장, 메모지 등등……. 그 위에 방금 주운 또 다른 수집품을 놓아두었다. 정사각형으로 바르게 각을 잡아 놓은 빨간 손수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