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절 보자고 하셨죠?” '그녀가 인기척을 내자, 그는 그녀의 위아래를 한번 쓱 훑어보더니 술을 입에 털어놓듯 마셨다. 그리고 자신이 비운 잔속의 얼음이 테이블위에 놓이며 짤랑거리는 것을 노려보며 말했다. '“초짜인 거 티내고 싶어?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아니까, 내숭 그만 떨고 여기 앉아라.”'“네?” '공기를 가득 메운 적의에 찬 남자의 대사에 그녀는 다시 한 번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문 입구에 서 있던 아까의 그 덩치 큰 남자가 빨리 앉으라고 하며 자신을 테이블 쪽으로 밀자, 그제야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탁자 위에 컵을 노려보는 남자에게 그녀가 말했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요…….”'“빨리 앉아라!” '그는 짜증이 조금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난 말할 때 누구 올려다보면서 말하는 거 무지 싫어하니까.”'남자의 눈을 본 순간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은 그가 한 거친 말투가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로 무엇이라도 뜯어 먹을 기세인 배고픈 야생동물의 눈이었다. '“네, 좋아요. 우선은 앉을게요.”'그녀는 남자의 태도가 호의적인 것이 아니란 것은 알았지만, 동생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는 게 낫겠다싶어 마음을 다 잡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니, 앉으려고 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그녀를 향해 노란 액체를 뿌리기 전까지는 그래도 최소한 의자에 앉을 마음은 있었다. '“이게 어디 손님을 이따위로 대접해!”'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얼굴에서 얼음에 담긴 차가운 양주가 뚝뚝 흘러내렸다. '“여기가 뭐 너 미팅하는 자리인 줄 알아? 내 옆으로 와서 앉아!”'그녀는 모멸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어디서도 이런 대접은 받은 적이 없었다. 더 이상 당연하게 누렸던 안락한 생활을 하지 못했어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며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어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은 없었다.'“이, 이 나쁜…….”'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작스럽게 치솟는 분노로 그녀는 말을 제대로 하지 잇지 못했다. 그래도 당한 만큼 갚아주고자 하는 여유는 있었기에 그녀는 술잔을 찾아 마호가니 테이블을 훑듯 보았다. '“아씨. 저거 진짜 말귀 되게 못 알아듣네.” '그때 입구에 존재감 없이 서 있던 또 다른 깍두기 머리가 투덜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옆에 앉으라고 하시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