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은비: 중학교 때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었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갔던 여행인데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녀를 돌봐줄 친척도 없이 그렇게 그녀는 혼자서 험난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힘든 고비가 생길 때마다 익명의 후원자가 나타나 그녀를 도와주었다.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그 이후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으로 그 후원자와의 연락을 끊는다. 남들보다 늦게 대학을 마치고 운 좋게 취직을 하게 되고 나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 된다.

강민우: 7년 전 형의 자살을 직접 목격한 이후 결벽증이 생겼다. 병원에 가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 많이 호전이 되었지만 그는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웃음을 잃고 모든 것에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여은비가 나타났다. 그의 형 죽음과 관련된 여은비. 형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은비를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못 찾고 잊고 살았던 그녀가 그 앞에 나타난 이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지켜본다.

나희라: 7년전 강민우와 결혼 말이 오갔던 우진 그룹 실세의 딸. 고등학교 때 우연히 민우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지켜 본 이후 그를 마음에 담고 있었지만 다시 그를 보았을 때 변한 모습에 당황한다. 그러나 그녀의 넘치는 자신감으로 그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 예전의 민우로 바꾸려고 한다.

나선웅: 우진 그룹의 돈줄을 잡고 있는 유재희 이사의 아들. 어머니가 차후 후계자로 밀고 있지만 희라가 버티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동생에 대한 열등감을 여자들을 울리는 것으로 푼다.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여자는 무조건 건드려 보는 난봉꾼.

유재혁: 은비와 입사 동기. 나이도 같아서 친구로 지내기로 한다. 희라의 당당하고 멋진 모습에 반해 그녀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다.


조안나: 어둠속에서 빠져나오려면 스스로 악녀가 되는 것도 마다 않았던 상처 받은 영혼.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그 기억에서 겨우 빠져 나오려 하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은비를 만난다.
정태수: 뭐든지 제멋 대로인 삶을 살아왔던 그에게 활력소 같은 은비가 나타났다. 그녀를 잡고 싶어 그는 스스로 변신할 준비를 한다.


<본문 중에서>

팀 전체가 처음 평가받는 것이니만큼 민우는 평소보다 더욱더 꼼꼼하게 서류를 점검했다.
아예 머릿속에 통째로 계획서를 집어넣으려는 사람처럼 뚫어지게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본부장에게 결재를 받으러가는 와중에도 그는 다시 한 번 서류를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선웅이 질문할 것에 대비해 어떻게 답을 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서도 버튼 누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박고 서류만 보고 있는데 누군가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왔다. 그제야 자신이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쳤다. 뒷벽에 붙어 있던 민우는 앞의 여자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죄송한데 4층 좀 눌러 주실래요?”
“네, 안녕하세요? 팀장님?”
순간 민우는 벙찐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처음 본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그녀는 은비였다.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 모습에 그는 들고 있던 서류를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아, 아. 안녕하세요?”
봄빛에 어울리는 밝은 색 정장, 산뜻하게 단발로 자른 머리, 귀밑에서 작은 귀걸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무식하게 짙기만 했던 눈썹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게다가 짙지도 옅지도 않게 적당히 한 화장이 그녀를 한층 화사하게 만들었다. 덤으로 은은한 화장품 냄새가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그녀에게서 풍겨왔다. 심경의 변화가 심하게 일어난 사람처럼 180도 달라진 은비의 모습에 민우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띵!
“안 내리세요?”
“아!”
4층에 도착했는데도 민우가 내리지 않자 은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가 서둘러 4층에서 내렸다.
그가 내리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은비가 고개를 살짝 까닥였다. 그에 민우도 고개로 답을 해 주었다. 본부장 실로 향하면서도 그는 계속 고개를 돌려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즉에 저렇게 하고 다니지…….”
오늘따라 해사한 은비의 모습에 민우의 마음도 덩달아 밝아져 엷은 미소가 퍼졌다.

영업 교육 팀 업무 회의에 선웅도 참관하기로 했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압박감이 있어서 처음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허투루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선웅이 자리에 앉자 처음 보는 것 같은 여사원이 그 앞에 차를 가져다 놓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 호기심으로 고개를 올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가 모르는 사원이 없을 텐데, 더더욱 여사원이라면 그가 모를 리가 없다. 차마 물어볼 수는 없어 그는 유심히 그 사원을 쳐다보았다. 그러던 그의 두 눈이 놀란 듯 천천히 커지기 시작했다.
“여……은비 사원?”
너무도 달라진 은비의 모습에 선웅은 그녀 모습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미운 오리가 백조로 변한 것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예, 본부장님.”
은비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과 어울리는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선웅은 상당히 흥미가 생긴 얼굴로 뒤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흘끔 쳐다보았다.
‘흠,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데?’
선웅의 음흉한 눈길이 계속 은비를 따라다니자 불안함이 섞인 묘한 복잡한 감정으로 민우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