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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네살이나 어린 사돈총각과 광란의 밤을 보낸 효영. 다음날 책임지겠다며 결혼하자고 드는 사돈총각 동혁의 청혼을 결사거부했다. 그런데 세상에 임신이란다.
효영은 어쩔 수 없이 동혁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고 동혁은 다시 결혼하자고 밀어붙인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을 거부하는 효영에게 동혁은 동거를 강요하고. 억지 동거에 심술난 효영은 입덧을 핑계로 동혁에게 갖은 심술을 다 부려댄다.

그런데! 그런데 세상에 임신이 오진이라니!

앞이 캄캄해진 효영. 여전히 온 정성을 다해 갖가지 맛난 음식으로 입덧 수발(?)을 드는 동혁. 그도 모자라 아기용품을 사다 산처럼 쌓아놓더니 이젠 덜컥 집까지 계약해버리는데......

아악! 이를 어쩌면 좋냐고요!

효영은 죄인이 되어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심정으로 말했다.

“미안할 것 없습니다.”

“엉? 미, 미안 할 것 없다니?”

당장 화나 소리칠 것이라 여겼던 사돈총각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자 효영은 얼른 사돈총각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미안해하지 말고 책임지십시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아기! 내 미래! 책임지란 말입니다!”

“그, 그게 책임 질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효영이 난처한 표정으로 사정하듯 말했다.

“왜 책임 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전 사형 때문에 집까지 계약했습니다. 아기 용품도 모두 사놓았고, 앞으로의 제 인생계획도 사형과 아기를 중심으로 짜놓았습니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것 같습니까?”

“그럼 어쩌란 말이야? 무, 물론 집에 대한 것은 채, 책임질게. 아직 완전히 산 것은 아니니까 계약금은 내가 물도록 할게. 그동안 들어놓은 적금통장을 깨야겠지만 내 잘못이니까. 아기용품 값도 내가 다 물도록 할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효영이 난처한 얼굴로 사정하듯 말하자 동혁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번쩍 튀었다.

“사형! 집 계약금이 문젭니까? 아기용품 값이 문젭니까?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 미래! 내 아기! 어쩔 겁니까? 책임지십시오! 책임지란 말입니다! 당장!”

서슬이 퍼래서 외치는 사돈총각의 반응에 효영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말 처음 임신한 줄 알았을 때 보다 더 한 절망이 효영을 덮쳤다.

“하, 하지만 그, 그건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어쩔 수 있는 게 아닌 것이 아니지요! 아기 다시 가지면 되지 않습니까? 사형이, 아니 효영 씨가 다시 내 아이를 임신한다면 집을 사는 것도 내가 짜놓은 미래계획도 문제 될 것이 없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