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외계로 떨어진 하라. 하필이면 떨어진 곳이 사냥터다.
마치 사극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서 화살이 피용 날아다니고 덩치 큰 남자들이 말을 타고 달린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낯선 환경에 하라는 잔뜩 두려움에 질렸다.
당장 도망칠 곳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사냥하는 무리의 우두머리인 붉은 머리 남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다. 하라는 온 몸을 얼려 버릴 듯 붉은 핏빛 눈동자에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지르며 죽으라고 도망치지만 붉은 머리 미남자에게 금방 사냥당하고 만다.
그렇게 사냥당한 하라는 배고픔에 무조건 먹을 것부터 찾는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누구나 다 두려워하는 붉은 머리에 대한 두려움도, 사냥 당한 것에 대한 심각성도 전혀 없다. 오직 밥 달라고 외쳐대는 하라.
그리고 모든 여자들,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인 후한의 황제 붉은 머리 위대한 대칸은 그런 하라의 모습에 매혹당하고 만다.
칸은 당장 하라를 후궁으로 삼으려하고 하라는 첩은 되기 싫다고 펄쩍펄쩍 뛴다. 그러자 황당하게도 칸은 하라에게 황후로 삼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심 많은 하라 혼인빙자간음죄를 들먹이며 감히 후한의 위대한 대칸을 사기꾼으로 모는데······.


“그대를 황후로 맞을 준비!”
칸이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에엑! 무슨? 환궁하고 나서 황후로 맞는다고 했잖아요?”
“그대를 안으려면 황후로 맞고 난 후로 하라고 했지 않느냐?”
“그, 그야 그랬죠!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나를 황후로 맞는다는 거예요? 혹시 내게 사기 치려고 그러는 것 아니에요?”
“뭣이라? 사기?”
“당연히 사기죠! 혼인빙자간음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 알아요? 여기서 나를 황후로 뚝딱 맞아놓고 환궁해서는 해프닝이었다 하면 난 뭐가 돼요?”
하라는 따지듯이 말하는 하라는 갑자기 황후로 맞는다는 말에 놀라 어느새 딸꾹질이 멈췄다. 그러나 하라도 칸도 그 사실을 몰랐다. 단지 하라는 칸이 사기 친다는 생각에 열 받아 있었고, 칸은 무엄하게도 후한의 위대한 대칸인 그에게 사기니 혼인빙자간음죄니 해대는 하라의 방자함에 분노했다.
“무엄하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구나! 감히 혼인빙자간음죄를 들먹이다니! 짐이 뭐가 아쉬워서 네게 사기를 친단 말이냐? 짐이 하려고만 한다면 너 같이 천한 여자쯤은 얼마든지 안을 수 있다!”
“뭐, 뭐라고? 천한여자? 우우아우! 열 뻗혀! 야! 피떡머리! 나도 울 집에서는 귀한 딸내미야! 그런데 니가 뭐라고 천하고 어쩌고 해? 오늘 너 죽고 나 살자!”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하라를 칸은 가볍게 한손으로 막았다. 그리고는 침대 안쪽으로 휙 던져 버렸다.
“여자! 둘 중 하나를 택하라! 지금 여기서 짐의 황후가 되어 안기겠느냐? 아니면 환타국의 노예들과 함께 노예 생활을 하겠느냐?”
“하이고! 황후 될 여자한테 천한여자니 노예니 어쩌고 하는데, 그 황후 되어봤자 얼마 못갈 것 같아! 쪼매만 맘에 안 들어도 나 폐후 시킬 거잖아? 그거 불안해서 어떻게 해 먹어? 그냥 노예 할래!”
“뭣, 뭣이라?”
칸은 기가 막혔다. 당연히 황후가 되는 것을 택하리라 생각했던 칸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뭔가? 후한의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아니 무의 전체가 원하는 칸의 황후다. 더없이 존귀한 여성으로서 그 어떤 귀한 여성도 발아래 둘 수 있는 황후의 권좌보다 노예가 되는 것을 택하다니. 이 여자는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