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나도 반찬싸움 말고 재산싸움 해보고 싶다고! 부모자식 간에 긴장 좀 바짝 해보자고! 형제의 난 한번 일으켜보잔 말이야!”
대한민국 대표 흙수저로 억울한 삶을 마감했지만
2회차는 드디어 재벌 딸이다!
그것도 남부를 장악한 대재벌 세르지오 가의 후계자로!
비록 세기말 악녀의 언니라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무슨 상관?
어차피 그 애는 시한부에 나는 후계자인데!
하지만 그새를 못 참고 여동생은 뒤통수를 쳐주시고 인생 목표였던 상단의 후계자 자리가 위태해진다.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2주,
그사이 어떻게든 제국 최고의 신랑감을 데려와야 한다.
그렇게 시작된 대신전 신랑감 원정대.
젊고 능력 있고 잘생기면 더 좋고!
한 가지가 아주 살짝 걸리긴 하지만…… 뭐 어때.
어차피 계약결혼이니 ‘그런 건’ 확인할 일도 없을 텐데.
아델이 입술만 벙긋거리다 말고 그를 원망스레 바라보았다. 조각상 같은 고귀한 기사단장님 앞에서라면 부끄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이 남자도 한 마리 짐승이라는 걸 뼛속 깊이 체득했다.
“아…… 그거 말이군요.”
서늘한 웃음으로 다가온 킬리언이 그녀를 두 팔에 가두었다. 어깨를 지나쳐 귓가에 속삭이는 음성이 은근하게 울렸다.
“제게 문제가 있다 말한 적은 없을 텐데.”
2. 작가 소개
포르토피노
3. 차례
#7. 결혼 예물
#8. 진짜 여주 납셨다
#9. 완벽한 부부
#10. 노엘라의 친구, 클로에 오렌
4. 미리 보기
“아,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네요.”
방으로 돌아온 아델은 이 기분을 잊지 않겠다는 양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산뜻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렸다.
이만하면 정신을 좀 차렸으려나.
큰 기대는 안 하지만 최소한 제 마음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정도만 깨닫게 해줬어도 선방이었다.
“어, 언니!”
온갖 악행이란 악행은 다 저지른 아이가 제대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 볼만했다.
제 손으로 죽인 줄 알았던 매가 살아 돌아왔으니 오죽하겠어.
레베카 신녀님의 말처럼 제 운명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한동안은 섣부른 짓은 못 할 것이다.
‘남주를 못 만나게 했더니 이런 사달이 다 생기네.’
뻗치는 악의 기운이 누구라도 공격하기 위해 좀이 쑤시는 모양인데 그런 거라면 사람 잘못 봤다.
후우, 바람을 들이마신 아델이 후련하게 두 팔을 위로 죽 뻗었다. 오늘 밤만은 가뿐하게 두 다리 뻗고…….
“더우십니까.”
……잘 수 있을 리 없다.
미쳤나 봐. 내가 어떻게 이 남자를 잊고 있었지?
아델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침을 꿀꺽 삼켰다.
“다, 단장님?”
돌아보면 안 된다. 그건 본능이었다.
풍성한 드레스 자락을 두르고 있는데도, 이 남자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돌아서면 그와 어디 한 군데는 마주 닿을 것이다.
어쩌지?
아델은 바깥의 떠들썩한 광경을 즐기듯 애써 창밖에만 몰두했다.
“……아직도 사람들이 많네요. 신녀님이나 사제님들도 그렇지만 역시 기사님들이 제일 신난 것 같아요. 밤새도록 저러고 있을 건가 봐요.”
“상관없습니다.”
“그러세요? 의외군요. 굉장히 엄하실 줄 알았는데.”
“내가 왜.”
“…….”
“그대가 밤새 저러고 있겠다는 것도 아닌데.”
킬리언의 양손이 아델이 짚고 있는 난간 옆을 넓게 잡았다.
그렇지 않습니까.
짐짓 다정한 듯 보이면서도 거리를 좁혀오는 모습에서 집요함이 묻어났다.
“단장님!”
“실망입니다. 이제는 이름을 불러줄 법도 한데.”
귓가에 그의 입술이 닿자 아델이 어깨를 움츠렸다. 일부러 모른 척하며 안 돌아보려 했건만 이렇게 되니 고문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닌 거 아시잖아요.”
“……뭘?”
아니. 낫지 않았다.
몸을 돌려 그를 마주하자마자, 아델은 깨달았다. 노엘라에게 따끔하게 경고해줄 때만 해도 오늘은 모든 것이 제 뜻대로 이루어질 것 같았거늘, 신께서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계셨다. 그것도 제 남편이 된 이 남자를 통해.
“말해보십시오, 아델.”
코가 닿을 거리에서 킬리언이 눈을 내리자 방금 전까지 하던 생각이 모두 와장창 흩어졌다.
대체 왜 이러세요.
아델은 애매한 웃음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성기사단장의 손에선 그림자마저도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었다.
“한번 손에 들어온 것을 놓지 않는 것이 그대뿐인 줄 아셨습니까.”
“그래도 왜 지금…….”
“이제 저를 좀 보실 때가 되었단 말이지요.”
조금은 무뚝뚝한 음성에 아델이 어설픈 웃음으로 화답했다.
나 오늘 분명히 운이 좋은데. 이렇게 당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어보려 눈을 돌리다 이윽고 제 손가락의 반지를 발견했다.
“아…… 이거.”
오늘 잊어버린 게 너무 많았구나.
산 피델리오의 성물이라는 반지를 끼고 있으면서도 전혀 괴리감이 없었다. 처음 상자를 열었을 때 주변을 모두 잠식할 만큼 빛을 뿜어대던 반지는 손에 끼고 나니 신기하게도 보통의 반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광택이 예사롭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보석 반지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지금 와서 이런 이야기 하는 게 우습긴 한데 정말 제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산 피델리오의 성물이라면 어휴.”
대체 이게 얼마야.
습관적으로 가격을 짐작해보던 아델이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신의 물건을 돈으로 따지다니, 생각만으로도 벌을 받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얼마를 준다 해도 바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왜일까. 세상 그 무엇이든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낼 생각만 하던 아델에겐 스스로도 어색한 일이다.
그녀를 마주하고 있던 킬리언이 작게 웃음 지었다.
“귀한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대 이상의 주인은 없을 겁니다.”
“왜요?”
“이 반지를 팔지 않고 끝까지 간직해줄 정도로 막대한 재력을 가진 이는 오직 그대뿐이니까요.”
아, 나 재벌 딸로 태어나길 잘했어. 어떻게 이런 집에 골라 태어났는지. 기특하잖아, 나란 여자!
그로서는 반쯤 농담으로 한 소리겠지만 아델은 감격하고 말았다. 하긴, 다른 사람이라면 최소한 보석상을 찾아가 금액 정도는 물어봤을지도 모른다. 그와 단둘이 남은 데 어색해하던 그녀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럼요. 그건 정말 걱정 않으셔도 돼요.”
“그러십니까?”
“당연하죠. 그런데 대주교님께서 어떻게 이런 걸 그리 쉽게 내어주셨을까요? 아까 보니 이거 말고도 뭐가 많던데. 정말로 단장님을 총애하시는 모양이에요.”
“그렇다기보단…….”
이마가 닿을 듯 말 듯 그녀에게 다가오던 킬리언이 아델의 손을 받쳐 들었다.
“내 어머니의 물건이었거든.”
“아…….”
예상치 못한 대답에 아델이 그를 빤히 보았다. 역시 이렇게 가까이서 눈을 마주한다는 건 부끄러웠지만 그가 처음으로 꺼낸 가족의 이야기였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자세히, 많이 듣고 싶다.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정확히는 내 어머님의 것이 되었어야 할 물건입니다. 대주교님은 내 어머님의 대부이셨으니.”
“그랬군요. 어쩐지.”
아델은 모두 이해가 가서 작게 고개를 까딱였다. 레날드에게서 전해 들은 것처럼 그가 대주교님을 구해주기 전 이미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치만 대주교님 같은 분이 대부가 되시려면 단장님 어머님의 가문도 만만치 않다는 뜻인데.’
황제 폐하가 제국의 주인이라면 대주교님은 정신적인 지주였다. 그런 분이 아무에게나 대부가 되어주실 리 없다.
“……어찌 그러십니까?”
“아뇨. 아무것도.”
아델은 그에게 물어보려다 그냥 웃고 말았다. 물어보면 대답을 피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자신도 굳이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제가 결혼한 사람은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니까.
“제 생전에 성물을 다 가지게 될 줄이야. 정말 놀랐어요. 다들 이런 예물은 구경도 못 해봤을 거예요. 무려 대주교님께서 내리신 거니까요!”
“이런 거라도 그대에게 안겨주어야 제가 덜 부족해 보이리라 생각하셨나 봅니다.”
“……그거 농담이시죠? 단장님께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아아, 맞다! 잊다 잊다 이런 것까지 잊어버리다니.
그에게 부족한 것이라면 ‘그것’뿐일 텐데.
순간 아델의 낯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차라리 이건 계속 잊어도 좋았을걸. 다른 것들은 깜빡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건 그녀조차도 쉽게 극복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아니야. 강인한 정신력! 아자!’
아델은 연이어 기합을 넣으며 킬리언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이 얼굴과 이 몸, 여기서 더 바라는 것 자체가 죄악이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델은 킬리언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목소리 톤을 높였다.
“음, 혹시 단장님께서는 가지고 싶으신 게 없나요?”
“저 말입니까?”
어머, 그 와중에 싫지 않은 눈치 좀 봐.
싫은 것에는 대쪽 같은 킬리언이 웬일로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아델의 눈초리가 짓궂어졌다. 드디어 가지고 싶은 것이 생기셨나, 은근한 기대도 버릴 수 없었다.
‘하긴, 이분도 사람이니까.’
원래는 그가 망설이면 그 틈에 오늘 준비한 반지를 떠안기려 했었다.
저도 반지를 받았으니 공평하게 해요.
대사도 타이밍도 딱 좋다 싶었는데 킬리언은 생각 이상으로 진지했다. 드디어 이 철벽 조각상 남편님에게도 가지고 싶은 것이 생기다니. 자신이야말로 태양……은 이미 따왔으니 안 되겠고 별이라도 따줄 기세였다.
“뭐든 말씀만 해보세요. 아니,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이렇게 생각해봐요. 딱 이것만 있으면 두 다리 뻗고 자겠다, 세상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가겠다,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이건 아무리 아델 그대라도…….”
“지금 절 어찌 보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설마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거 아니죠?”
“그렇지만.”
가슴을 짚고 큰소리까지 땅땅 쳐봤지만 어째 킬리언은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다.
은근히 자존심 상하게 하시네.
아델이 꾹 내리누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뭐길래 그러세요? 고대의 신서? 조르네의 성검? 그것도 아니면 전에 말한…….”
“후계자.”
“…….”
“지금 제게 가장 필요한 거라면, 역시 후계자겠군요.”
.jpg)
TTS 제공
메뉴
로망띠끄
로그인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