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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야수의 전부인이 되겠습니다 3권
아페르타 지음도서출판 가하2021.02.12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3,5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801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300-48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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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미녀와 밤의 야수’.
제목부터가 19금스러운 소설에 빙의했다.
안타깝게도 야수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첫 번째 부인의 동생 벨라로.
뭐지, 이 애매한 포지션?
안 돼! 절대 안 돼!
이대로라면, 큰언니가 바람이 나면서 내 인생도 끝장이 난다.
결국 언니 대신 그의 신부로 자진해서 팔려가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내 목표는 무사히 야수의 전부인이 되는 것!
훗날 황궁 재건축 부지로 떠오르는 황폐한 땅을 위자료로 받아
미모와 부를 갖춘 제국 최고의 이혼녀가 되려고 했건만,
어째 이 야수님이 만만치가 않다.
“부인은 내가 왜 순순히 이혼을 해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네? 그야 당연히,”
“……내 부인께서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대공은 빙긋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저 가면 속 얼굴이 흉포한 야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퇴폐적이고 매력적인 미소였다.
“난 야수야. 머저리가 아니라.”
……라고 말하면 내가 포기할 줄 알았니?
지금 새빠지게 땅 가꾸고 동생 키우고 이제 좀 호강 루트 타보려니까 이혼을 못 해준다고?
저기요. 야수님.
나 흙수저 신화 벨라야! 사람 잘못 보셨다고요!
2. 작가 소개
아페르타
▣ 출간작
폭군의 누나로 산다는 것은
3. 차례
#9. 더 퀸
#10. 로즈 언니
#11. 조난
#12-1. 벨라
4. 미리 보기
이 싸늘한 분위기를 유일하게 바꿔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가 정원 한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대체 무얼 하는 건지.
두 손으로 턱받침을 하고선 작은 나뭇가지를 지켜보는 로즈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랐다. 물론 아기 고양이가 심각해봤자 얼마나 심각하겠냐만 보호자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로즈!”
“대공 전하 형부?”
앉은 채로 사락사락 고개를 돌리자 앞머리에 꽂힌 리본도 같이 흘러내렸다. 그 하찮기 그지없는 일상의 모습에 에이든과 데본이 가슴 깊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래선 키어스가 별거 아닌 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험담할 자격도 없다.
“거기서 뭐 하는 거지?”
“응…… 이거 로즈 솜사탕 나무라서 물 주고 있었어요.”
쪼르르 달려온 로즈가 품에 안겼지만 키어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어쩐지 달려오는 속도가 느리지 않나. 그는 한 팔로 받쳐 안고 흘러내린 핀을 다시 꽂아주었다. 그의 손에서 부서져버린 리본 핀의 수가 열 손가락을 넘은 뒤부턴 알아서 힘을 조절하는 편이었다.
“솜사탕 나무?”
“매일매일 물을 줬는데 안 열려요. 흐응.”
“…….”
열리게 해주라고 했잖아!
그가 제롬을 향해 눈을 찡그리자 새삼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간 공작 부부 때문에 안팎으로 일이 많았으니 미처 거기까지 신경을 쓰진 못했다. 다소 어처구니없는 문책이긴 해도 일단 로즈가 실망스레 울상이 된 것을 보니 그저 모든 것이 잘못이고 실수인 듯 느껴졌다.
기사들에게서 엄중한 눈길을 거둔 그는 로즈를 안심시켰다.
“걱정 말려무나. 자고 일어나면 또 열려 있을 테니.”
“정말요?”
“원래 저 나무는 꽃이 좀 늦게 피는 편이라. 안 그런가, 백작?”
“아…… 네. 그렇지요. 제가 알기로 솜사탕 꽃은 보통 밤에 개화하는 편이니 낮에는 아무리 들여다보셔도 몸만 상하실 겁니다.”
들었지?
이로써 백작까지 공범으로 만든 키어스는 찬찬히 로즈를 들여다보았다. 솜사탕이 열릴 거라는 말에 표정이 한껏 밝아지긴 했지만 그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눈과 입이 세상없이 환하던 평소의 웃음이 아니었다.
“……그럼 우리 레이디 로즈 다음 고민은 뭐지?”
“…….”
“다른 게 더 필요한 모양이지?”
“히익.”
로즈의 마음을 콕 집어내자 작은 몸이 티가 나게 주춤거렸다. 기사 몇이 큭큭대는 웃음을 참자 백작의 서슬 퍼런 시선이 그들을 훑고 지나갔다.
키어스는 재촉하듯 로즈를 조금 더 높이 안아 들었다.
“얼른 말을 해보십시오.”
“……아니에요. 로즈는 욕심쟁이가 아니에요.”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아니아니, 로즈는 강아지 같은 거 안 가지고 싶어요. 정말이에요.”
“…….”
벌써부터 울상이 된 로즈는 발을 꼬물꼬물해서 키어스의 품에서 내려왔다. 얼른 도망치려 빤히 눈망울을 굴리는 본인부터가 강아지 같았다.
“로즈도 우리 언니처럼 예쁜 강아지 언니가 될 수 있지만 되지 않을 거예요. 밥도 잘 챙겨주고 솜사탕도 잘 챙겨줄 수 있지만 정말 안 가지고 싶어요. 흐응.”
“……그렇구나.”
“이제 가야 해요. 언니가 빨리 오랬어요.”
언제부터 혼자 돌아갔다고.
늘 키어스의 품에 안겨 의기양양 돌아가던 로즈는 이제 와 수줍은 레이디로 변해버렸다. 당황한 기사들 틈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가 싶더니 쪼르르 계단으로 도망가버렸다.
키어스는 방금 전까지 제 품 안에 있던 고양이의 무게감이 아쉬운지 물끄러미 자신의 손만 들여다보았다.
“……전하.”
“무슨 일이지?”
처음부터 로즈의 뒤를 지키던 리어 경이 다가서자 키어스가 기다린 듯 시선을 들었다. 지난번 개에게 물린 일로 임무 태만을 문책받아 근신을 당했지만 맘 약한 로즈에겐 부상으로 인한 병가라 일러두었다.
그 빈자리를 탐내는 자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로즈가 하도 눈물이 그렁해 리어 경을 찾아대니 결국은 반강제로 복귀를 했다.
“로즈를 잘 지키라 하지 않았나. 설마 그 정도를 부상이라고…….”
“아닙니다, 전하.”
리어 경은 강하게 부인했다. 사실 팔이 하나 떨어져나갔다 해도 그간의 삶에 견주자면 감기에 걸린 축에도 못 든다. 그에게 정말 힘든 것이라면 로즈의 기대치에 맞추고자 막 병을 앓고 나온 사람처럼 아픈 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대공 전하는 두 번 기회를 주는 분이 아니다. 아픈 연기마저 못한다면 이번엔 정말로 복귀가 힘들어질 것이다. 그는 지금 전력을 다해 환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레이디 로즈께선 평소처럼 지내셨습니다. 이런 제게 신경을 써주실 정도로요.”
“…….”
리어 경은 팔에 얼기설기 매어둔 붕대를 매만졌다. 거기에 매달려 있는 자잘한 장신구와 인형들이야말로 로즈의 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제 키어스의 오른편에서 두 자루의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던 헤드 컬렉터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오, 나 하나만.
데본이 거기에 홀린 듯 손을 내밀다가 제롬에게 잡혔다. 굳이 그렇지 않았더라도 리어 경 역시 제 것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도 강했으니 쉽게 뺏길 리도 없다.
“그런데 왜 먹을 걸 남겼다는 거지?”
그것도 솜사탕을.
키어스가 어서 본론이나 말하라며 그들의 은근한 신경전을 갈라놓았다. 본분을 깨달은 리어 경은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그 일 이후로 비전하와 성안에만 계셨으니 다른 일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아무래도 짚이는 것이라면 그때 그 사냥개들이 아닐까 합니다.”
“……강아지라며?”
그날 개울가에 쓰러진 개들을 떠올리던 키어스가 인상을 썼다. 어지간한 맹수나 동물에는 익숙한 그의 눈에도 꽤나 크고 사나운 종류들이었다.
“레이디 로즈께서 워낙 동물들을 좋아하시는지라 개는 그냥 다 강아지라 생각하시는 듯했습니다. 내내 강아지들이 보고 싶다시며 뒷동산에만 가시다 그날의 변고가…….”
“흠.”
역시, 키어스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로즈의 입에서 강아지 소리를 듣고 대충 예상을 했지만 직접 듣고 나니 더욱 심란해졌다. 차라리 성을 하나 사달라 하든가, 그깟 걸 그리 말 못 했던 이유가 있나.
“한다고 했는데 내가 아직 부족한 모양이었군.”
“아, 그것이 아니오라…….”
키어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리어 경은 고민하듯 입안을 질근거렸다.
「좋아하는 걸 다 할 수는 없댔어요. 참아야 돼요. 욕심을 내면 큰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걸요.」
다섯 살 꼬마가 애써 참아보려는 노력이 가상하면서도 은색 갑옷 속 그의 굳은 심장을 건드렸다.
리어 경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자 키어스의 표정도 복잡해졌다.
“……로즈가 그렇게 말했다고?”
“네. 송구하지만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 생각하는 자체로 겁을 내시는 것 같았습니다. 한두 번 세뇌된 것이 아닌 듯하여…….”
“대체 어떤 인간이 그따위 생각을 주입시킨 거지?”
“……아, 아버님이.”
“…….”
미친.
키어스의 입에 짧고 강한 욕설이 담기자 모두들 자신의 잘못처럼 움찔거렸다.
레이디 로즈의 아버님이라면 사사로이는 장인어른이 될 텐데 어찌 그리 모질게 구시나 싶었지만, 백작만은 그를 이해한다는 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하, 진정하십시오.”
“진정 안 하면?”
별수 있긴 한가.
키어스는 처음처럼 로즈를 안았던 제 손을 들여다보았다. 손에 닿으면 바스라질 것 같은 감촉이 늘 아쉽기만 했다. 부서질까 마음껏 안지도 못한 존재를 두고 어찌 그런 망발을 지껄인단 말인가. 지금 마음 같아선 둘 중 ‘어느 아버지’가 되었든 간에 즉결처분을 하고도 남았다.
“당장 상인을 불러들여.”
“전하, 그래도 레이디 로즈의 마음을 헤아려주시지요. 저리도 걱정하시는데 너무 대놓고 생각을 바꾸려 하는 것도 부담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이기도 하고 이제 막 바깥출입을 시작하셨으니까요.”
“맞습니다, 전하.”
“…….”
백작의 말에 용기를 낸 기사들까지 거들자 키어스도 더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하긴. 여기서 더 놀라면 어찌 되려고.
로즈의 연약함에 대한 그의 판단은 솜사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니 입장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마수들은 물론 드래곤까지 두 동강 냈던 키어스에겐 사르르 웃는 로즈의 존재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하다못해 눈물 한 방울만 흘려도 몸이 녹아버릴지도 몰랐다.
“좋아. 그럼 뭘 어쩌자는 건가?”
“아…….”
“설마하니 대공가의 레이디가 남의 애완동물이나 부러워하는 꼴을 지켜보자는 건 아니겠지?”
가당찮은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접어두라, 미리 분명한 경고를 보낸 키어스가 그들을 훑어보았다.
가장 연장자이자 대공도 어찌 못 하는 백작이 제일 먼저 의견을 냈다.
“물론 그럴 수야 없지요. 북부 사교계를 이끌게 되실 레이디 로즈께서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펫 파티에 참석을 못 하실 수는 없으니까요.”
“…….”
말은 그럴듯했지만 애완동물을 소개하는 파티라면 10년은 넘게 남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여기서 이의를 제기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생명과 관련이 있는 일이기도 했고, 어쩐지 키어스가 극도로 동감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 백작의 혜안이 넓군.”
“……전하.”
언제부터 그렇게 수긍을 잘하셨다고.
칭찬을 입에 담지 않던 분이다 보니 그 산전수전 다 겪은 백작조차 감격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이에 감흥을 받은 쌍둥이도 지지 않고 나섰다.
“맞습니다. 레이디 로즈에게 잘 어울리면서도 흔하지 않은 동물이어야겠죠.”
“물론 순해야 합니다. 자칫 길들이기 전에 할퀴면 안 되니까요.”
“그러려면 역시 강아지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고양이가 어떨까요? 살짝 금빛이 도는 새하얀 털이 레이디의 머리색과 일치하니까요.”
“흐음, 다 좋은데.”
한 손으로 턱을 쓸며 경청하던 키어스가 손짓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흔한 고양이든, 널린 강아지든, 로즈에게 딱 어울릴 새하얀 유니콘이든,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걸 어떻게 전해줄 건데?”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 2011-부산서구-6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