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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야수의 전부인이 되겠습니다 1권
아페르타 지음도서출판 가하2021.02.12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3,5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793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300-48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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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미녀와 밤의 야수’.
제목부터가 19금스러운 소설에 빙의했다.
안타깝게도 야수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첫 번째 부인의 동생 벨라로.
뭐지, 이 애매한 포지션?
안 돼! 절대 안 돼!
이대로라면, 큰언니가 바람이 나면서 내 인생도 끝장이 난다.
결국 언니 대신 그의 신부로 자진해서 팔려가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내 목표는 무사히 야수의 전부인이 되는 것!
훗날 황궁 재건축 부지로 떠오르는 황폐한 땅을 위자료로 받아
미모와 부를 갖춘 제국 최고의 이혼녀가 되려고 했건만,
어째 이 야수님이 만만치가 않다.
“부인은 내가 왜 순순히 이혼을 해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네? 그야 당연히,”
“……내 부인께서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대공은 빙긋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저 가면 속 얼굴이 흉포한 야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퇴폐적이고 매력적인 미소였다.
“난 야수야. 머저리가 아니라.”
……라고 말하면 내가 포기할 줄 알았니?
지금 새빠지게 땅 가꾸고 동생 키우고 이제 좀 호강 루트 타보려니까 이혼을 못 해준다고?
저기요. 야수님.
나 흙수저 신화 벨라야! 사람 잘못 보셨다고요!
2. 작가 소개
아페르타
▣ 출간작
폭군의 누나로 산다는 것은
3. 차례
#1.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2. 기회의 땅이라 쓰고 노다지라 읽는다
#3. 전하, 로즈를 댁에 들이셔야 합니다
#4. 나쁘지 않아
#5-1. 대공비가 되다
4. 미리 보기
“글쎄요. 내가 바라는 조건이야 한 가지뿐입니다.”
“……말씀하세요, 전하.”
어깨 힘이 쭉 빠진 채 겨우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왕이면 더 상냥한 척 진짜 같은 미소를 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컸다.
“엘리야 그대가 대공비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지요.”
“네? 그야 당연히…… 제가 대공비가 될 테니.”
“그저 되는 것과 하는 것은 다릅니다. 나는 엘리야 그대가 대공비로서의 모든 임무와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모두 잘 수행하기를 바랍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유독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에 힘을 주어 말한 것 같았다면 내 자의식 과잉일까.
“…….”
당연한 듯 아닌 듯한 그의 말에 어느새 오소소 솜털이 돋아나고 있었다.
난 그냥 여주인공이 나타나기 전까지 여기에 박혀 있는 ‘누름돌’인데 대체 무슨 역할까지 해달라는 건지. 잠시 머리가 띵해졌지만 따지고 보면 그 돈을 준다는데 놀고 있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했다.
그래. 도의적으로 돈 받은 만큼은 해야지.
나는 애써 불안을 달래며 키어스를 응시했다. 최대한 밝은 미소를 띠어보긴 했지만 그에게도 그렇게 비칠지는 미지수였다.
“하하, 그럼요. 안주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테니까요. 이를테면 전하의 일을 돕는다거나 누군가가 방문하면 안내를 한다거나.”
“또한 믿음으로 이루어진 부부 간의 관계에 대한 의무도 있을 테고.”
“……저기, 잠시만요.”
저 좀 보세요, 저 좀!
테이블을 짚은 채 드르륵 의자를 끌고 일어서자 키어스는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내 말에 따라주었다. 필립이 걱정스레 나섰지만 그는 그것마저 알아서 물려냈다.
저벅저벅, 급한 대로 드레스 자락을 들고 끝도 없이 펼쳐진 정원 안쪽으로 들어섰지만 등 뒤에 누가 있는지는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게 무슨 일이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지점에 도착해서야 세차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요, 전하. 제가 뭐 좀 꼭 확인하고 싶어서요.”
“……하십시오.”
너무 딱 붙어 있다 보니 그의 가슴이 먼저 보였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파르르 떨리는 뺨을 잠재우며 그를 향한 눈빛에 간절함을 실었다.
“그, 그러니까 말이죠, 그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이 어디까지를 말씀하시는 건지 정확히 알고 싶어서요.”
“왜 그걸 여기까지 와서 묻는지 모르겠지만 그야 당연히.”
고고하던 키어스의 턱이 아래를 향하자 붉은 입술이 나를 향해 피식거렸다.
“……당신이 생각하는 거기까지지.”
……아, 요새 왜 이렇게 헛소리가.
내가 요새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 그래, 충분히 잘못 들을 수 있어.
스르륵. 먹먹한 귀를 손끝으로 문질러보았다. 눈앞의 남자가 없다면 뺨이라도 톡톡 두드려볼 텐데 그러면 정말 미친 여자처럼 보일 것이다. 바람결에 속눈썹이 흔들리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전하?”
병약한 미소나마 레이디의 미덕을 잊지 않았다. 머리칼을 곱게 넘기며 키어스에게 귀를 가까이하자 그는 태연히 입술을 열었다.
“그대가 생각하는 딱 거기까지, 그리 원한다 말했습니다.”
“……제, 제가 어디까지 생각하는데요?”
“그건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아니요! 몰라요, 모르고 싶다구요!
주먹을 꼭 쥐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던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자기기만의 극치다.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하아.”
앓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오자 그마저도 꿀꺽 삼켰다. 이 상황에 이런 효과음을 내봤자 심란함만 더해지겠지.
나는 곁눈으로 키어스를 훑어보았다.
내가 정말 음란마귀인가? 나만 그런 거야?
아니, 19금 소설 주인공을 보면서 그 생각을 안 한다면 그게 더 돈값 못 하는 멍텅구리 아닙니까!
“……엘리야?”
“네에!”
출석 확인에 확실히 대답한 나는 그대로 화들짝 한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금세 똑같이 한 발짝 다가온 키어스는 꽤나 재미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셨길래 그리 할 말이 많아 보이시는지.”
“……전하.”
제가 이쯤에서 당신 먼 미래를 하나 예언하고 가겠습니다.
키어스 발렌시아, 당신은 먼 훗날 대한민국 최대의 도서 사이트에서 최고의 절륜남 1위로 뽑히게 됩니다. 구구절절한 설명도 필요 없이 베스트 댓글에 느낌표 하나밖에 없는 바로 그런 남자란 말입니다.
“저는…… 그냥 걱정이 되어서요.”
“뭐가?”
뭐긴 뭐예요. 내 몸이지.
여자주인공 세실은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사흘은 끙끙 앓아서 키어스의 애를 태웠다. 물론 이런 것도 다 독자의 애를 태우기 위한 얄팍한 설정이겠지만, 어쨌든 그가 그런 방면으로 굉장하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댓글 중 누군가 그랬다. 이 남자와 한번 자면 다른 남자가 눈에나 들어오겠냐고.
……곤란한걸. 나는 우리 로즈가 플래티나 길드의 수장이 되면 낙하산으로 해외지점에 가서 연하 남친님의 거친 대시를 받을 예정이라구요. 당신이랑 자고 나서 그 남자가 눈에 안 들어오면 결과적으로 내 손해잖아요.
“글쎄…… 뭐랄까요. 전하께서 후회하실지도 모르는 일이고.”
“내가 왜.”
본인이 반말을 툭툭 섞어 쓰는 것을 알기나 할까. 물론 그에게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말투였지만 키어스가 이렇게 나오면 내 가슴만 덜컹거렸다.
“……그렇잖아요. 저, 정략혼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제가 팔려온 건데. 전하께서는 나중에 얼마든지…….”
이거 뭐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 거야. 소설이 어쨌다 저쨌다 그런 말을 했다간 바보 취급만 당할 테고,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그러자 할 수도 없었다. 바짝 타들어가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의 옆에서 서성거렸다.
“……전하께서는 지체 높은 황족이시고.”
“그만큼 적도 많습니다.”
“그치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혹시 제 외모 때문에 그러십니까?”
“네?”
바짝 매달리듯 그의 뒤를 따르던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얼굴 얘기가 왜 나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전하 외모가 왜요?”
어차피 나중에 초절정의 미남이 될 거 뻔히 아는데.
“그리고 사람 얼굴이 뭐가 중요한가요? 살아남는, 아니, 어쨌든 그런 건 아니에요.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생긴 것보단 그 안의 인성이 훨씬 중요하다구요. 얼굴 하나 믿고 나돌아 다닐 바엔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본업에 충실한 자가 훨씬 더 낫죠.”
“흠…….”
제법 사납게 돌아서던 키어스가 어쩐지 만족스러워하는 듯 느껴진다면 그건 착각일까.
“…….”
잠깐이나마 우리 아버지라는 양반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가 아직은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내내 검은 옷만 입고 검은 가면만 쓰고 다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짐작할 만한데.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그에게로 다가섰다. 지금 말을 잘해서 키어스의 생각을 고칠 수 있게 해야 했다. 지금 얼굴은 잊고 살다 보면 조만간 꼭 좋은 날이 오실 거라고.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그 기술 충분히 발휘하는 영광의 날이 오실 거라고.
“외모는 그냥 껍데기예요, 전하. 남자는 내실이랍니다, 내실!”
“…….”
“그러니까…… 전하처럼요.”
음, 이 말은 안 해도 될 뻔했나.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순 없다. 마지막 말을 내뱉자마자 어딘지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 듯 느껴졌다. 홀에서 느낀 살벌함이 아니라 그의 곁에 다가섰을 때 느껴지던 푸른 체취가 흘러들었다.
“다행이군요. 그대가 그리 생각한다니.”
가, 감명받지 마.
“아, 예. 그러니까 제 말씀은…….”
“그럼 뭐가 그리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정한 듯 아닌 듯.
키어스의 담담한 물음에 순간적으로 멀미가 일 것 같았다. 울렁이는 속을 꾹 참으며 입술을 문질렀다.
“아니…… 저는 사실 전하께서 진짜 혼인에 마음이 있으시리라곤 생각을 못 했던지라.”
“사람이 혼인을 했으면 그에 충실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아…….”
왜 자꾸 저를 쓰레기로 만드세요.
여기서 아니라고 대답했다간 내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어진다. 나도 모르게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그 유명한 검을 내려다보고 말았다. 물론 저 검이 서슬 퍼런 기운을 내뿜으며 몇 명의 머리를 한꺼번에 날렸는지도 기억해냈고.
“그……렇죠. 그런 게 맞죠. 다만 제 뜻은,”
“그대가 말했던 것처럼 그대가 아니라도 또 누군가 대공비로 오겠지요. 어차피 의미 없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면 최대한 처음에 집중해볼 생각입니다. 뭐든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성미다 보니.”
“…….”
그렇다고 꼭 검을 만지시면서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한껏 숙연해진 나는 일단 두 손을 포개어 맞잡았다. 진실로 살고 싶다. 삶에 대한 갈구가 영혼 저 깊숙한 곳에 있던 공손함과 예절을 모두 끌어올렸다.
“그러시구나. 그런데 인간관계라는 게, 더욱이 부부관계라는 게 집중을 하겠다 해서 되는 게 아닌지라…….”
“대륙이란 대륙은 모두 거쳐왔으니 이만하면 전쟁광 본업에 충실한 듯한데.”
“……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어느 정도는 가질 생각입니다.”
“……그러시구나.”
매우 바람직한 소리긴 한데 왜 그걸 나한테 하시는지.
당혹해서 올려다보는데 키어스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다. 저 가면 속 표정을 구분해낼 수 있다니, 이건 분명 나한테도 문제가 있는 거라 어지러웠다. 그리고 키어스는 레이디가 어지러워한다 해서 할 말을 안 할 남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실이라면, 그대가 직접 확인하면 될 테고.”
“네에?”
“자신이 없다고는 못 하겠는지라.”
……심지어 웃지도 않아.
두 눈 똑바로 뜬 채 눈과 귀가 모두 베여나간 것 같다. 그저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이제 내가 뭘 듣고 말하는지도 헷갈리는 수준에 접어들었다.
“전하, 말씀은 잘 알겠지만 그런 깊은 뜻을 그냥 아무한테나 써버리기엔…… 저, 저한테는 좀 과분하기도 하고.”
“물론 이 모든 걸 행하기에 앞서,”
“…….”
“나는 그대가 꽤 괜찮거든.”
엘리야 메이필드.
키어스는 무심히 고개를 끄떡인 후 그대로 돌아서다 말고 내 쪽을 돌아보았다. 물론 정략결혼 상대로, 라는 뜻이겠지만 이미 내 영혼은 돌아올 수 없는 데까지 흘러갔다.
“그러니 이왕이면…….”
느릿한 맹수처럼 다가선 그는 벌써부터 남편 역할에 충실할 모양이다. 넋이 나간 예비 신부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충실히 알려주었으니까.
“그대에게도 내가 꽤 괜찮다면 좋겠군.”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 2011-부산서구-6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