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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단 한 번, 단 한 사람밖에 사랑할 수 없는 치명적인 DNA를 가진 그녀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전당포집 네 딸들의 사랑이 찾아옵니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그녀들.
그녀들이 사랑을 합니다.
사랑, 그 이름만으로 그녀들의 사랑을 지켜냅니다.
사랑이라는 그 이름만으로…….

사랑, 그 이름만으로 가슴은 두근거립니다.
사랑, 그 이름만으로 하얀 밤을 설렙니다.
사랑, 그 이름만으로 기다림은 간절해집니다.
그리고…… 사랑, 그 이름만으로 언제나 목이 메어옵니다.
사랑이라는 그 이름만으로…….

<본문 중에서>

“언니야, 그럼 우리 아빠도 누군가에게 죽을 수 있어?”
“죽긴 왜 죽어? 이건 그냥 소설일 뿐이야.”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효재의 눈가를 닦아주고 이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마룻바닥에 휙 던져버렸다.
“은이재, 왜 아픈 애한테 그런 책을 읽어 주는 거니? 라스꼴리니코프의 불행은 그가 터무니없는 서구적 사유체계에 빠져 있었다는 거야. 결국 영웅론의 희생물일 뿐이라구.”
냉정하고 차가운 말투와는 다르게 선재는 나긋한 흰 손으로 열이 올라 발개진 효재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효재야, 아직 네겐 어려운 책이야. 이다음에 중학교 가서 읽어. 아니, 굳이 안 읽어도 돼.”
“으아앙.”
언니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재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그럼, 효재 언니가 죽는 거야?”
웬 뚱딴지같은.
선재와 이재와 효재의 황당한 시선이 인형처럼 사랑스런 얼굴로 쏠렸다.
“흐윽. 희생물이랬잖아. 그럼, 죽는 거잖아.”
이재는 사오정같이 앞뒤 다 자르고 자신이 듣고 싶은 부분만 듣고 이상하게 해석하는 민재의 놀라운 능력을 감탄하며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