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작가

끼익.

육중한 문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텅 빈 공간.
70평의 넓은 공간 안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소파와 커다란 벽걸이 텔레비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것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문을 열자 항상 같은 방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방안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최대한의 사이즈를 자랑하는 침대와 탁자 뿐.
얼마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시트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부드러운 눈길이 향한 곳에는 여자가 잠들어있었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여자를 어둠속에서 잠시 동안 바라보던 우혁의 눈에 짙은 감정이 드러났다.
조만간 한국으로 올 것이라는 전화 한통만으로 그를 기다리게 만든 여자.
며칠 동안 한없이 아파트로 헛걸음을 하게 만든 여자였다. 하지만 이렇게 왔다는 것에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며칠의 감정이 눈 녹듯이 사그라져 버렸다.
지금 그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은 며칠간의 시간동안 그녀와 어떻게 지낼 것 인가 하는 것이었다. 휴가라고 해 봤자 일주일이 고작일 터였다.
짧은 휴가동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헤어진 시간동안 고팠던 감정을 메우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가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어떤 계획을 짜더라도 그녀의 감정에 의해서 망쳐질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면 시간낭비 감정낭비는 불필요했다.
모든 것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어차피 반한 것은 기욱 그였다.
결국 강자는 선윤 그녀였다.
짧은 휴가에 그를 찾았다는 것은 당분간 그의 개인적인 시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여자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그를 즐겁게 하는 것에 불과했다.
차가운 입매의 한구석이 부드러움으로 감싸여 올라가며 그는 긴 밤의 시작을 위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 성급한 발길이 여유로운 마음과는 달리 기약된 시간임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으흠?”

선윤은 가슴을 감싸 안는 익숙한 손길에 가늘게 신음을 뱉으며 손을 내밀었다. 남자의 딱딱한 손등이 느껴지자, 잠에 취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일찍 왔네?”

마치 어제라도 만난 것처럼 이야기하던 그녀가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돌아누웠다.
그의 손이 결코 풍만하다고 할 수 없는 가슴을 움켜잡은 것이다.



남자의 손에서 거치하지 않은 가슴을 그녀의 말에 마치 화가 난 듯이 움켜잡으며 가녀린 목덜미에 입술을 묻는 남자의 머리칼을 잡으며 투덜거렸다.

“아프잖아?”

그러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스며들어있었다.

“그렇다고 잠들어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남자는 품안에 있는 여자의 성감대를 확실하게 공략하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굳이 깨있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의 애무에 반응하는 몸을 느끼며 그제야 떨어져 있던 시간들이 아까워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그의 마음을 제 멋대로 뒤흔들어 대면서도 선윤은 절대 그에게 제대로 그녀를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러면서도 그를 철저하게 조정하는 능력은 과히 천재적이었다. 물론 그녀의 머리도 약은 것만큼 보통사람과는 달랐다.
그랬기에 단 삼년 만에 그것도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소 안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을 것이다.

“왜 화를 내는 거지?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했고 얌전하게 집에서 기다렸는데 말이야.”

얼렁뚱땅 넘기는 것은 분명 숨겨진 성격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를 즐겁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선윤이 그의 품안에서 외에 남들에게 절대 보이지 않은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장난기어린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에 속절없이 넘어가는 그 또한 이런 모습은 그녀에게만 보여주는 것이었다.

“네게 화내는 것 아니야. 떨어져 있는 시간에 화를 낸 거지. 그런데다가 이렇게 깊게 잠이 들어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솔직하게 대답하는 우혁을 보며 선윤의 입술이 부드럽게 올라갔다.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삼키는 그녀의 얼굴을 돌려 우혁이 입술을 덮쳤다.
잠에서 금방 깬 여자의 입술은 집어삼키고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우혁의 뜨거운 키스를 거침없이 받아들이던 선윤이 고개를 돌리며 그를 마주보며 허스키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쨌든 당신이 깨울 거잖아.”

돌아누우며 선윤은 입술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 혀를 밀어 넣어 그를 잡았다. 이 단단한 남자의 부드러운 부분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그녀는 혀로 그를 애무하며 손을 내렸다. 이미 단단해진 그의 남성이 그녀의 배를 찌르고 있었다.
입술을 뗀 선윤이 그를 쳐다보며 놀리듯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훗!”

그가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의 남성을 매끄럽게 조이다가 이미 액을 뱉고 있는 끝을 손톱으로 막았다.

“한선윤!”

참을 수 없는 전율이 가슴을 치받다가 아픔으로 변해 그를 전율에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선윤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다음의 절정을 이 여자가 어떻게 유도할지는 많은 세월의 경험도 소용없는 것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윤과의 섹스는 그렇게 몇 년의 세월동안 그를 철저하게 길들여놓았다.
선윤은 손톱으로 막고 있는 그의 남성을 풀어주며 입술로 그의 굳어진 목을 애무했다. 부드러운 입술이 가져다주는 전율에 그는 힘을 빼고 그녀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그녀가 그의 다리위에 몸을 내리고 그의 남성을 이번에는 손이 아닌 부드러워진 여성으로 애무했다.
서서히 움직이는 여성의 골 사이로 그의 남성이 힘을 더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을 내려다보며 선윤은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긁어 올라갔다. 손톱이 작은 유두에 걸리자, 마치 어딘가 스위치가 움직인 것처럼 그녀는 몸을 숙였다.

“우욱.”

남성적인 그의 입술이 가늘게 벌어지는 것이 달빛이 비치는 사이로 보였다. 그것은 그녀를 더욱 거칠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가졌다.

“아직 무리야.”

그의 음성이 다급하게 다가오며 그녀의 날씬한 허리를 잡았다.

“움직이면 우리사이는 끝이야.”

그녀의 협박이 무서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단지 아직 제대로 젖지 않은 여성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그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며 미소 지은 그녀는 자신의 여성으로 그를 인도했다.
그녀의 입술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순간 우혁의 남성이 생각과는 다르게 여성 속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선윤의 입에서 가늘지만 그의 귀를 충분히 즐겁게 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좋아.”

그녀가 상하운동을 시작하자, 그는 조금씩 몸을 이동시켜 침대헤드에 자신의 등을 기댔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절정을 맞이하기도 전에 그녀의 다리에서 힘이 풀려버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용하게 쳐다보는 그의 눈을 똑바로 내려다보면서 선윤은 충분히 즐기려는 듯이 그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 차갑게 굳어있는 그녀의 눈빛은 열정이 깊어질수록 뜨거움을 담고 흔들리고 있었다. 서서히 발끝에서 올라오는 찌릿한 감각을 어쩔 수 없어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젖혔다.
우혁은 눈앞에서 흔들리는 아담한 젖가슴 끝에서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는 유두를 거칠게 잡아채 이빨로 물고 혀로 희롱했다.

“후욱.”
“끙.”

우혁은 신음을 흘리며 입술을 떼고 선윤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불만스런 표정이 뒤를 잇고 말았다.
위를 향한 기다란 목만이 그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절대 고개를 내리지 않을 듯이 움직이며 뜨거운 신음을 흘리는 선윤의 턱을 쳐다보던 그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잡고 있는 허리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눈앞에서 흔들리는 작은 가슴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가 예상대로 힘이 빠졌는지 서서히 움직이는 그녀였기에 작은 유두는 간단하게 그의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작은 유실을 혀로 굴리자 그녀의 허리부분이 단단해졌다. 본능적으로 일어나려는 어깨를 잡아 눌러 앉힌 그의 힘에 의해 그녀의 입에서 애처로운 비명이 새어나왔다.

“아파.”

단단한 불기둥이 속을 휘젓는 열락이 아니라 용량을 넘어서는 단호한 것이 속을 채운다는 느낌에 선윤은 잡고 있던 어깨에 손톱을 박으며 입술을 깨물어야했다.
한껏 속을 뒤집는 남성에게서 도망치려는 듯이 엉덩이를 들었지만, 그가 먼저 알아차리고 그녀의 어깨를 눌러버렸다.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우욱.”

그의 남성이 자궁 깊은 곳을 통과해 심장에 와 닿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강렬함에 피하려는 몸짓과는 달리 그녀의 가슴속에 무언가가 채워졌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어이없는 표현에 우혁은 소리 없는 웃음으로 그녀를 달랬다.

“좀 더 천천히 즐겨. 이제 시작이잖아?”
“늑대!”

부드러움과 다르게 자신의 속을 압박하는 그의 남성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흥분된 그도 상태임을 가르쳐 주었다.
부드러운 움직임 그대로 우혁이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 당겨 귓가에 속삭였다.

“어떻게 할까?”

놀리는 듯한 말에 그가 선윤의 한계에 다다른 감정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놀림에 쉽사리 반응을 보일필요는 없었다.
숨소리 하나 흐트러짐 없는 우혁이었지만, 그녀의 속을 휘젓고 있는 그의 분신도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선윤은 자신의 속에서 부피를 더해가는 우혁의 남성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굳이 그에게 선수를 빼앗길 필요는 없었다. 은근한 웃음으로 그를 보며 달구어진 감정을 감추고 태연하게 그를 놀렸다.

“아직은 내가 조절할 수 있어.”

그녀의 말에 그는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간단하게 내렸다. 고집스러울 정도도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선윤에게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이 여자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한없이 가져도 그의 것이 되지 않은 느낌에 조급해지는 것은 언제나 그였다.
당분간은 그의 곁에 있을 지금도 마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탓과 선윤의 담담함이 처음과 변함없는 탓일 것이다. 언젠가는 그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앞을 생각하게 만드는 여자에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의 것이라는 표식을 좀 더 강하게 새겨두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의 사랑과 독점욕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은 드러낼 단계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로 인해 절정에 달하려는 선윤을 그대로 만끽하며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그의 남성을 조이고 있는 여자를 올려다보며 달래듯이 손을 내밀어 머리를 끌어당겨 뜨거운 숨결로 입술을 덮치며 말했다.

“맘대로 해. 어차피 네 것이니까.”

다가온 입술을 피한 선윤이 코웃음을 치고 그의 손을 떨치며 말했다.

“당연하지.”

강하게 흔든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린 듯이 그는 손을 내리며 그녀의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었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등을 훑으며 내려가자, 그녀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일어서있는 남성을 삼킨 부드러운 여성을 움직이며 포인트를 찾아 엉덩이를 흔들며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힘이 더해지는 남성에 선윤의 전신경이 바짝 긴장하며 조여 들어갔다.
절정이 다가오는 것을 드러내는 선윤의 거친 숨결을 느낀 우혁은 부드러운 엉덩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우욱.”

그녀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를 조였다. 여성이 절정에 다다른 것을 드러내며 너무도 빡빡하게 우혁을 조이자, 그는 조만간 다가올 절정에 선윤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마지막이 다가왔다.
선윤의 목이 크게 젖혀지고 그녀의 입에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비명이 새어나왔다.

“하아! 우혁 씨. 우혁 씨.”

그의 이름을 부르며 절정을 맞이하는 선윤을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힘을 조절했다. 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절정은 갑작스럽게 밀려와 거친 숨결을 남기고 사라졌다. 끝없이 조일 것 같은 그녀의 여성은 갑자기 힘을 잃고 구속하고 있던 그를 풀어주었다.
선윤의 젖혀졌던 고개가 숙여지며 그의 목에 뜨거운 잔향이 전해졌다. 절정의 여운의 강도를 전해주듯이 그녀의 숨결은 마치 우혁의 살결을 태워버릴 듯이 그의 어깨 이곳저곳에 열기를 뿜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고 진정하라는 듯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는 스스로의 욕망을 조절하며 선윤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렸다.
가쁜 숨을 가라앉히던 선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좋았어.”

아직도 절정의 여운이 남아있는 눈빛은 풀려있었지만, 말투는 또렷했다.
이런 여자였다.
이기적일정도로 자신에게 충실한 그녀였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먹어도 돼?”

처음은 그가 먹혔지만 이제부터는 그의 욕망에 그녀가 먹힐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그의 욕망에 동의할 생각은 없는 듯이 보였다.

“같이!”

또렷한 음성에 그는 웃으며 그녀의 몸을 돌려 눕혔다. 가늘게 휘어진 눈이 다가오는 그를 보며 기대의 눈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침범시키는 순간 조금 전의 선윤의 다급했던 욕망과는 다른 뜨거운 열기가 침대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