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핑거 ----------------------김경미
그린핑거라는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시우에겐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상처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받아오던 아버지의 구타와 폭력. 그 지옥에서 도망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악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몸은 다 자랐을지라도,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 그래서 사랑을 알지 못하고 사랑을 두려워 한다.
그런 시우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려는 남자. 찬혁.
그린핑거에서의 찬혁은 로맨스소설에서 바라는 뛰어난 카리스마도, 아주 멋진 대사도 별로 없는 어찌 보면 배경이 무지 빵빵하고 능력이 뛰어난, 로맨스소설 속에서만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주이다.
하지만, 이러한 찬혁에게도 뛰어난 점이 있으니, 그것이 사랑이다.
시우의 상처를 보듬고 시우를 공포에서 두려움에서 지켜내려는 그 안타깝고 아름다운 마음.
이런 남주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마음이 이 글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이글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여주인 시우는 어릴 적의 상처를 안고 그러한 상처를 꽃을 돌보면서 삭히며 살아가는 동정이 가는 가엾은 여자이다. 하지만 작가는 상처 많은 여주를 어둡게 표현하지 않고, 약간의 건망증을 갖고 있는 귀여운 여자(나만의 느낌일지도)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이런 여주의 느낌에 기여한 인물들이 있다. 바로 그린핑거에서 함께 일하는 정미와 유리일 것이다. 작자는 이 두 인물을 시우가 연약한 느낌과 귀여운 느낌을 동시에 느끼도록 조화롭게 배치시켜 놓았던 것이다.
이글의 시선은 시종일관 두 주인공의 주변에 머물러 있다.
여주를 괴롭히는 짜증나는 조연도 없고, 등장인물도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여주와 남주의 최대의 적인 동시에 이 작품의 유일한 악역이자 중요한 조연인 시우의 아버지까지도 너무나 간단 명료해서 아쉬울 정도이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사고장면에서 조차 작가는 아버지에 대해 자세한 심리묘사나 내용 설명도 없이, 사고 묘사만으로 그 상황을 이해시키고 있다.
어쩌면 이런 점이 이 책을 쉽게 읽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인물 어느 누구의 자세한 심리묘사도 없고, 모든 설명은 주인공인 시우와 찬혁의 선에서 해결되니 말이다.
이점이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을 만들어 주긴 했지만, 한편으로 글을 읽고 난 뒤 느낄 수 있는 여운은 조금 반감시키는 것 같았다.
그린 핑거 란 식물을 기르는데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 라는 것을 작가의 후기를 보고서 알았다.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그 사람의 손만 가면 식물이 잘 자라게 되는 특이한 재능을 가진 사람!
작가는 이 책의 소재를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얻었고, 이책의 제목과 연관되는 점은 여주인공이 식물을 다루고 있다는 것일 뿐이라고 후기에서 말하고 있지만,
나는 그린핑거에 연관되는 인물이 혹, 찬혁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을 모른 던 시우를 사랑으로 보듬어 안고 사랑으로 자라게 만든 인물이니까 말이다.
이 소설을 접한 것은 로맨스 협회 홈페이지에서였다.
연재될 당시 무척이나 기다리면서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사라져서 조금 아쉬웠던 글. 그리고 책으로 출판된다고 하여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조금 섭섭(?)했던, 처음부터 출판을 전재로 글을 올린다고 했다면, 그런 아쉬움이 덜했을지도 모르는 글.
이 책을 보고서 연재 글과 출판 글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연재당시 어색했던 부분들과 필요치 않다고 여겼던 부분이 과감하게 수정되고 삭제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던 재미있는 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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