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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하고 결혼 하는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말씀이세요? 이걸 그 사람이 용납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제가 그렇게 못난 사냅니까?”
현우의 말들은 이제 더 이상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아져 있었다.
머리 끝까지 차고 오를 만큼 분노가 넘쳤다. 눈앞에 보인다면 일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자들의 목을 부러뜨려 버렸으리라…….

“저, 할 게요 사장님. 결혼할게요.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나를, 지나를 지킬 수만 있다면 열 번이라도 해요. 그런 말씀 마세요. 지나만 지킬 수 있으면 돼요.”
당신 대신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옥의 불속에라도 들어갈 거예요.
희연은 그렇게 다 하지 못하는 간절함을 담아 현우를 설득했다…….

첫 결혼에서 여섯 살 어린 딸과 여자에 대한 불신만 남은 현우.
그의 인생에 이름을 불러 의미를 담을 ‘꽃’이 없다.

얼굴 예뻐, 솜씨 좋아, 마음씨는 더욱 말 할 것도 없는 희연.
삶의 가장 아름답던 ‘꽃’에서 한순간 의미 없는 잡초가 되어 버렸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서로에게 소중한 ‘꽃’으로 다가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

김춘수 님 의 꽃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