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휘
아무리 몸부림 쳐도 어둠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어두운 그의 마음에 유일한 등불인 예나.
하지만 그와 함께 하면 그녀도 아파해야 하기에 죽음으로 그녀를 지키고자 한다.
예나
적운의 그림자. 숨은 살수.
오직 예나라는 이름뿐. 그녀가 세상에 살다 갔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마음속에 가득 찬 사랑만은 감출 수 없다.
이준수
이 세상 모든 조폭에게 증오를 가지고 있는 형사.
그것만이 살아가도 되는 유일한 이유였다.
그런데 얼음인형 같은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것이 될 수 없는 그녀를…….
서로 다른 운명을 가진 남녀의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본문 중에서-
다음 날 눈을 뜬 예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도휘의 자리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밤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행복한 기분보다는 어쩐지 불길한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그녀를 매몰차게 조직에서 축출했을 때보다 더 큰 두려움이 그녀를 덮쳐왔다. 혹시 도휘를 볼 수 있을까 예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같은 시각 도휘는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차 안에 앉아 건물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든 예나의 얼굴을 한참 동안 보고 있자니 도저히 그곳을 나올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의 미련은 그에게도, 예나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중독되어 헤어 나올 수 없는 사람처럼 예나의 곁에서 일어서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 떠나야지 결심한 그가 시동을 막 켜려는 찰라 예나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어젯밤과 똑같이 아름다운 나비 같은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직 새벽이라 지나는 행인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로 그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도휘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생겼다.
“사랑해.”
도휘의 차는 예나를 뒤로 한 채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났다. 가슴 속에는 여전히 그녀의 잔상이 남아있었지만 애써 무시한 채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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