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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한 소녀가 한 소년을 사랑했다.
그러나 소년은 소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소년은 소녀를 잊었지만 소녀는 소년을 잊지 못했다.

12년이 지나 만나게 된 정략결혼 상대자들의 이야기!

*최아영
29살, 완벽 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에 인생의 모토는 도도한 여자로 살기.
국회의원 최윤식의 딸.
직업은 보험 설계사.
아영의 부(父) 최윤식의 기대에 못 미치는 딸로 아버지의 도움 없이 살아왔다.
25킬로그램 가량 감량하고 쌍꺼풀 수술에, 콧대에 필러를 넣고 턱을 깎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자신의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 여자.

*류 민
31살. 완벽한 외모에 배경, 따뜻한 성격까지 모든 것을 갖춘 남자.
일산그룹 류 씨 집안의 차남.
류 민은 폐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정략결혼의 상대자인 아영에게 잠시간 교제해 줄 것을 부탁한다.
아영을 상대로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해 결국 거절하는 그녀를 꾀어낸다.

-본문 중에서-

“아영 씨 추울 테니 일단은 여기서 몸 좀 녹였다가 나가자고요.”
“뭐 그러죠.”
아영이 다시 의자에 앉자, 민이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내밀었다.
“내거 마셔요.”
그리고는 민이 자신이 사용한 빨대를 뒤집어 건네자 아영의 미간이 삽시간에 찌푸려졌다.
“지금 민 씨가 빨던 거를 나더러 마시라는 거예요?”
그 모습에 민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 펴요. 우리 결혼하게 생긴 마당에 빨대 좀 같이 쓰는 게 대수에요?”
“어머, 결혼이라니요?”
화들짝 놀란 아영과 달리 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
“청춘남녀가 만나는 건데 무슨 일이 생길지 어찌 압니까?”
그 말에 아영이 표정을 굳히며 일어서려하자, 민이 황급히 아영의 손을 잡았다.
“취소할게요. 그러니 다시 앉아요.”
아영이 민을 흘기면서 자리에 앉자 민이 의자 깊숙이 몸을 묻으며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아영 씨 때문에 여기가 다 아프네요.”
“이제 장난 그만 쳐요.”
아영이 정색을 하자, 민도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을 거두었다. 아영에게 먼저 실없는 농담을 건 것은 자신인데, 가슴이 허전한 게 왜 정작 자신이 당한 느낌일까? 결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영이 보인 거부반응에 가슴 속 무언가 빠져나간 듯 허했다.
민이 아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일어섰다.
“커피 내가 주문해서 가져올게요.”
“아니에요. 민 씨 말대로 이거 먹죠. 설마 독이 들었겠어요?”
아영이 일회용 커피 잔의 뚜껑을 열어 입으로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