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뒷조사, 돈 떼먹은 오라질 놈 따라잡기,
잃어버린 물건 찾기, 심지어 세차까지!
뭐든지 해드립니다.
주저하지 말고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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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을 처음 마주친 건, 4월의 어느 봄날. 회사 휴게실에서였다.
커피를 한 잔 마시기 위해 휴게실에 갔는데, 웬 남자가 휴게실의 긴 의자에 길게 누워 한 팔을 이마에 얹고 있었다. 저런 불편한 의자에서 참 잘도 잔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뽑는데, 스스스,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이야.”
남자의 중얼거림에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남자들의 저런 반응은 징그러울 정도로 자주 경험했다. 보나마자 풍만한 가슴을 보고 터뜨린 탄성이겠지.
뒤를 돌아서는 순간, 남자의 음탕한 시선과 마주치게 될 것 같아서 자판기에만 주목했다.
평소에 납죽납죽 커피를 잘 내뱉던 자판기는 그날따라 반항을 해댔다. 돈만 꿀꺽 하더니 커피를 내보내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는 게 아닌가.
기분이 더 나빠졌다.
등에 꽂히는 남자의 시선. 그 시선이 불쾌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휴게실을 떠나고 싶었다.
‘저 빌어먹을 놈. 어지간히도 밝히는 모양이지? 아주 눈을 못 떼네.’
같은 회사 사람과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 얼른 휴게실을 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자판기에 돈을 넣고 커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버리면 누가 봐도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겠지.
시원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자판기를 톡톡, 소심하게 두드렸다. 하지만 돈 맛을 안 자판기는 도무지 커피를 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먹고 싶다면 돈을 더 넣으라는 듯 고고하게 서 있는 자판기를 노려보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우와! 가슴 진짜 크네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가슴이 크다며 대화를 트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기 때문이다.
“장난 아닌데요? 할리우드 배우보다 더 큰 것 같아요. 그거 수술한 겁니까?”
분노가 들끓었다.
저런 말을 저렇게 쉽게 내뱉다니.
동시에 서러워졌다. 가슴 큰 게 죄도 아닌데, 늘 이 가슴 때문에 희롱을 당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꽉 움켜쥔 시원의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울면 안 돼.’
시원은 자신을 향해 말했다.
‘울면 안 돼.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4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나 살아오면서 터득했다.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시원은 천천히 돌아섰다. 전혀 흥분하지 않은 듯, 기분도 나쁘지 않은 듯, 아주 당당하게.
“수술 안 했어요.”
“그럼 원래 그렇게 큰 겁니까? 대단한데요?”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시원은 놀라고 말았다.
능글맞게 생긴 여드름투성이의 오타쿠를 상상했다. 엄청 뚱뚱하고 기름진 남자의 음흉한 눈동자를 상상했다.
하지만 남자는 여드름투성이도, 뚱뚱하고 기름지지도, 음흉한 눈동자이지도 않았다.
하얀 이마 위로 슬쩍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 그 아래로 보이는 쌍꺼풀 없이 길게 찢어진 눈, 조화롭게 자리 잡은 코와 입술. 차가운 듯 보이지만 눈망울만큼은 한없이 순수했다. 시원의 커다란 가슴을 보면서도 음탕함으로 물들지 않은 맑은 눈동자.
남자는 그 눈으로 시원을 바라봤다.
호수처럼 맑다는 게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걸까?
시원은 화를 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정신없이 남자의 얼굴을 탐했다. 남자가 시원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자판기가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어… 네?”
“말씀만 해주세요.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네?”
“그거… 고쳐드리겠다고요.”
“아…….”
“대신에 커피 한 잔 사주셔야 합니다?”
“에….”
시원이 뭐라 할 새도 없이 남자는 자판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자판기를 향해 빙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나 보일 듯한 달콤한 미소.
쾅!
그리고 거침없이 자판기를 후려치는 주먹.
쾅! 쾅! 쾅!
몇 번의 주먹질을 견딜 수가 없었는지, 달칵, 소리를 내며 자판기가 커피 한 잔을 내뱉었다. 남자는 자판기에서 종이컵을 꺼내 시원에게 내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차가워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장난스러운 미소가 남자와 아주 잘 어울렸다.
“아, 고마워요.”
시원이 정신을 차리고 커피를 받아들었다. 남자는 뭔가를 기대하는 듯 또랑또랑한 눈으로 시원을 응시했다. 남자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시원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시죠?”
“커피 한 잔 사주셔야죠.”
“아, 맞아.”
의외로 쪼잔한 남자라고 생각하며, 시원은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꺼내 남자에게 내밀었다.
“자요.”
“제가 받아야 할 건 커피지, 동전이 아닙니다.”
남자가 넉살 좋게 말했다.
잘생기긴 했지만 머리가 좀 이상한 남자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다. 자판기는 또 맞기 싫었는지 단번에 커피를 내놓았다.
“여기 있어요. 이제 된 거죠?”
“아참, 시원씨.”
‘어떻게 내 이름을 안 거지?’
하고 생각하다가 자기 가슴에 달린 명찰을 기억해냈다. 남자의 이름이 궁금해져서 남자의 가슴을 살펴봤지만, 남자는 명찰을 달고 있지 않았다.
“이것도 인연인데…….”
‘저녁에 차라도 한 잔 하자는 걸까?’
시원은 표정이 구겨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초면에 차 한 잔 하자고 나서는 남자들,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좀 특이하고 눈동자가 예뻐서 다시 보게 됐는데, 역시 이 남자도…….
척!
생각을 끝내기도 전, 남자가 시원의 앞에 작은 직사각형의 종이를 내밀었다. 까만색 바탕에 금색의 현란한 글씨, 가장자리에 반짝반짝 새겨진 별 모양. 나이트 삐끼들이 뿌리는 명함을 연상케 하는 그것을 받아든 시원은, 그 명함의 내용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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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는 남자 강해랑]

내 남자 뒷조사, 돈 떼먹은 오라질 놈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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