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마치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에 나오는 신비로운 정원을 방불케 했다. 몇 년을 거기에 있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나무들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온갖 종류의 꽃들. 크고 작게 얽혀서 숲을 이룬 덩굴들과 맑게 흐르는 물소리까지. 그리고 손으로 다듬었음직한 멋들어진 벤치 위에서 잠든 작은,
“남자아이?”
하얀 피부에 발그레한 뺨, 핑크빛 입술. 바람에 흩날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
기다란 검은 속눈썹을 내려 깐 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 아이를 본 순간 나는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떨어진 줄로만 알았다. 그가,
“앞으로 잘 부탁해, 약혼자님.”
순백의 날개를 단 악마 녀석인 줄도 모르고!
<발 췌 글>
“잠깐만!”
난 그를 따라 일어나며 손을 뻗어 회색의 교복 소매를 붙잡았다.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
“또 뭐가 남았지?”
“난 너랑 결혼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널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
잠시 동안 그의 시선이 자신의 옷을 붙잡은 떨리는 내 손을 응시한다. 그리곤 나직한 소리로 조용히 내뱉는다.
“그건 네 아버지와 의논하는 게 좋을 거 같군. 적어도 내가 동의하지 않는 한 나머지는 집안 문제일 것 같으니.”
“그게 무슨…….”
"우리 집안은 ‘남’에게 아량을 베풀 정도로 너그러운 곳은 아니어서 말이야.”
난 거칠 정도로 자신의 옷을 빼내 넥타이를 단정히 하고 문가로 걸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 저런 자식이!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다시 만난 약혼자인데!
“잠깐만!”
“또 뭐지?”
그가 비스듬한 시선을 돌리며 걸음을 멈춰 선다.
“언젠가 네게도 나타날 수 있어, 그런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걸 놓쳐도 괜찮아?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는데?”
난 그런 사랑이 내게 찾아왔을 때 놓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적어도 저 시건방진 녀석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때, 귓가에 들리는 시니컬한 웃음소리.
“재미있군. 아직까지도 그런 만약의 경우를 기약하며 기다리고 있는 여자가 있다니. 그래서…….”
그의 검은 눈동자가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직도 처녀인 거야? 그런 사람을 위해?”
“뭐?”
“나로서는 감사할 뿐이지만. 그 누군가는 안됐군.”
순간, 그의 눈 속에 흥미진진한 눈빛이 떠오르고.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이상 그 특권을 다른 녀석에게 넘겨 줄 생각은 절대로 없어. 그러니 기대해도 좋아.”
기대하라니, 뭘?
“네 처녀는, 내 거야. 약혼자님.”
홍차
작가연합 나무그늘아래 거주
<종이책 출간작>
사로잡아봐!, 원수문서
<전자책 출간작>
내 것이 되어줘!, 애완왕자
<네이버 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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