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도 날 좋아해보려고 노력해 본 적 있어?”'“……뭐?”'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스럽다. '“진심으로 싫어하기 전에, 한 순간이라도 내게 마음을 열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어.” '그 말에 난 입을 다물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혁의 실소가 들려온다.'“정말이지 어이가 없군. 그렇게 진지할 정도로 약혼 취소를 요구하는 넌, 단 한 번도 이 약혼을 왜 원치 않는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는 소린가.”'그가 저음의 음성으로 속삭이듯 중얼거리며 반듯하게 몸을 세운다.'“오랫동안 세워둔 너의 미래설계가 엉망이 됐다고? 그 미래 속에 내가 있으면 왜 안 되는 거지?”'“그건…….”'“나 때문에 그리워했던 사랑을 놓치게 됐다고?”'무혁이 우아한 동작으로 한 걸음 내게로 걸어 나온다.'“웃기지마. 난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을 되찾으려는 거야.”'내 것이라니, 난 네 것이……!'어느샌가 눈앞에 다가온 그가 곤혹스러워하는 빛이 역력한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내가 널 힘들게 하는 짐스러운 존재라고 그랬지? 그러기 전에 넌…….”'차갑지만 조금은 떨리는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뺨을 쓰다듬는다.'“내 마음을 몰라주는 유일한 사람이야.”'커다랗게 떠진 시야 사이로 그 진의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마주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는 난,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될 만큼 마음이 동요하고 있었다.'이런 내게로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그의 커다란 손이 펼쳐져 오며, 날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는다. 그 가슴엔 나만큼이나 요란스러운 고동소리가 전해오고 있었다. '“윤설화, 넌…….”'속삭이듯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탁하게 갈라져 있다. 그리고 들려오는 진심 같은 한마디.'“내게 있어 죽을 만큼 갖고 싶은 단 하나의 약혼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