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혁을 처음 만났을 때 예서가 느낀 것은
그의 손에서 전해지던 온기만큼이나 따스한 감정이었다.
장난 같은 청혼에 가슴 설렜던 그날 이후,예서는 예기치 못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텨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중혁을 다시 만났을 때,흐린 시선 너머로 비치던
그는 그녀가 기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앞으로 내게 질문 같은 거 하지 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어떤 관심도, 관계도, 약속도 기대하지 마.”
마치 타인을 바라보는 듯한 중혁의 건조한 눈빛에 쓰디쓴 상처를 끌어안아야만 했던 예서.
나, 이제 당신을 내 마음속에서 지워야만 하는 걸까?
-본문 중에서-
“꼬마, 정말 크면 오빠랑 결혼할래?”
“안 해요.”
“왜? 오빠 학교에서 인기 되게 많아.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
“그래도 안 해요.”
“너 전에 울 때도 내가 달래 줬잖아? 참, 그리고 그때 그 손수건 왜 안 줘?”
“이, 잃어버렸어요!”
화끈 달아오른 얼굴로 예서는 대답했다. 실은 자신의 보물 상자 안에 고이 모셔 둔 상태였다. 자신의 보물 1호가 되어 버린 그것을 돌려 줄 수는 없었다.
“이야! 정예서, 보기와는 달리 덜렁이구나? 나중에 또 울지 모르니까 생일 선물은 손수건을 줘야겠네.”
콩콩. 생일 선물이라는 그 말에 예서는 또다시 가슴이 설레었다. 그리고 장난처럼 한 말인 줄 알았건만 정말 예서의 열 번째 생일날 중혁이 건넨 것은 아주 예쁜 손수건이었다. 예서의 이니셜까지 새겨 넣은 예쁜 손수건.
“어머, 너무 예쁜 손수건이네. 중혁 오빠가 줬니?”
“네.”
“어머, 중혁이가 준 거야?”
중혁의 모친인 원 씨가 그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이 녀석은 하고많은 선물 중에 왜 하필 손수건이래.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이별 선물 같잖아?”
그 말에 예서는 가슴이 콩콩 뛰었다. 이제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데, 다음부터는 오빠라고 불러 줄 결심도 했는데…….
“에이, 그런 미신을 왜 믿고 그래.”
놀란 예서를 보고 선 씨가 친구인 원 씨를 타박했다. 하지만 예서는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 전, 중혁이 예서를 불렀다.
“꼬마. 너 정말 오빠라고 안 부를래?”
여전히 얼굴을 붉히는 예서를 중혁이 꼭 안았다.
“어휴, 쪼그만 게 고집만 세서 어쩌지? 다음에는 꼭 오빠라고 불러. 알았지? 그때 가서도 오빠라고 안 하면 너 정말 내가 확 색시 삼는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과거의 회상
제2장 비밀 약혼식
제3장 흔들리는 관계
제4장 억눌린 감정
제5장 계획된 사고
제6장 변화의 바람
제7장 하나씩 버리기
제8장 자각하다
제9장 만남
제10장 위험 수위
제11장 스파크
제12장 첫 데이트
제13장 확인하다
제14장 고백
제15장 균열龜裂을 채우다
제16장 조화造化
제17장 새로운 출발을 위해
에필로그 (1) 연애, 그 셀렘을 시작으로
에필로그 (2) 쇼핑 중독
에필로그 (3) 부정父情이란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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