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때는 어렸어.
세상이 그렇게 무서운지도 몰랐고 사랑하니까로 다 되는 줄 믿었어.
사랑이면 다 용서된다고 믿을 정도로 순진했어.
그게 얼마나 이기적인지도 모를 정도로 순진했어.
그런데 지금은 사랑?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내 아이를 뺏어갈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워.
여태 내가 살아오고 또 나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다 아이가 있어서였는데
그걸 갑자기 나타난 네가 뺏어갈까 봐 두려워.
세상에 둘도 없을 내 남자, 내 아들 해빈이의 아빠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그가 말합니다. 나를 기억 못한다고.
영하는 여자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묘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아득한 그리움에 목이 메어오더니 다시 두통이 시작됐다.
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에게 영하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입을 열 수 조차 없었다. 분명 처음인데 그 익숙한 그리움에 숨이 막혀왔다.
기억엔 없지만 앞에 선 여자를 찾기 위해 평생을 살아온 듯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음……. 송……혜주 씨?”
마치 자신을 처음 보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는 영하를 눈앞에 두고도 혜주는 믿을 수가 없었다.
영하가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실이 마치 꿈같아 넋을 잃었다.
“저……. 송혜주 씨 아닌가요?”
재차 학인을 하는 영하의 음성에 간신히 고개만 끄덕일 수 있었다.
잊혀진 기억 속에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기억을 잃은 남자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거니? 예전에 너와 내가 어떻게 좋아했는지
얼마나 서로를 아꼈는지 말해 달라는 거니?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나는 몰라.
내 감정이잖아. 그건 내 기억 속에 너잖아. 진짜 네 기억이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
어떤 식으로든 내가 네가 될 수는 없잖아…….
오직 너만이 기억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넌 그렇게 내 기억을 공유하고 싶은 거니?”
애잔한 목소리가 눈물과 같이 흘러나왔다.
두통보다 더한 아픔이 가슴 한쪽을 파고든다.
기억나지 않는 그 과거에 자신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하영
귀차니즘 중증의 아줌마.
커피 한 잔에 행복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행복을 느끼는 단순한 아줌마.
작은 홈피 우리집에 자리 잡고
혼자만의 로맨스에 즐거운 아줌마.
삶은 살아볼 만하다고 외치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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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전남편>
<내사랑 아줌마>
<그들의 과외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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