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이별해 본 적 있나요? 그렇다면 이별 후에 혼자 남겨진 아픔을 아시겠죠. 여주 한연희는 원치 않는 이별을 하면서 사랑을 잃고 다신 사랑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녀에게 모든 남자는 우정이며, 동성이죠. 이런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을 알려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오히려 그녀가 있음으로 해서 자신이 존재함을 알게 되는데...

갑자기 다가가 김밥을 집어 먹는 연우.
“배고팠는데 잘 됐네. 근데 보기보다 맛은 있네.”
‘저 놈의 입은!’
기분 살짝 나쁜 연희 잔뜩 찌푸린 얼굴로 째려주는 센스.
“하하하. 많이 드세요!”
‘더러워도 내가 참는다.’
휙 돌아 가버리는 연희, 곧 등산이 시작되고 연희 허겁지겁 올라가는데.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속도를 낸다. 연희의 상품권에 대한 집착을 알 리 없는 연우는 좀 전의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화가 나게 한 것인가 싶어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며 뒤따른다.
지연이 빠르게 연희를 따라가 올라 가다가 예의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다.
“연희 씨 맞죠? 나 김지연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여유로운 지연과 달리 그녀를 상품권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경계하는 연희,
“난 등산 좋아해서 이 산 많이 왔었는데, 오늘은 좀 힘드네요.”
“아, 그러세요?”
눈빛이 맑아지며 그제야 웃는 연희다.
“여기 지름길 있는 거 알아요?”
“네? 지름길이요?”
“몰랐구나. 하긴 여기 안 와본 사람은 모르지. 연희 씨가 동생 같아서 말해 주는 건데, 고생하면서 빙빙 돌지 말라고.”
“네.”
“100M 쭘 도 거면 등산로와 등산로가 아닌 작은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길에서 등산로가 아닌 길로 가는 게 빨라요.”
“그래도 돼요?”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딨어요?”
“그건 그렇죠. 고맙습니다. 1등 하면 나중에 밥 한 끼 살게요.”
“그럴 것까진 없어요.”
이어서 다른 직원들이 아무리 등산로로 가라고 해도 그 말 곧이듣지 말고, 쭉 가라고 얘기하며 동생 같아서 알려 주는 거니깐 꼭 1등하라는 말까지 덧붙이는 지연. 그 길은 길이 좁고 험해 처음 이 산을 오르는 연희에겐 큰 무리가 될 거라는 걸 알면서…….
그리고 돌아온 지연은 호시탐탐 연우와 둘이 될 기회를 노리고, 재희는 그런 지연을 보며 오히려 오늘은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이런 감정 기류를 전혀 모르는 연희는 그저 앞만 보고 정상을 향해 간다.
“연희 씨, 등산 잘하네. 너무 무리하지는 마. 등산로로 쭉 가야 돼.”
동료들의 말에 예의 미소를 짓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 지연의 말만 믿고 선택해서 오른다. 반 조금 더 올랐을까 뒤따르던 사람들도 조금씩 멀어지고 손에 잡힐 듯한 상품권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연희. 정상에 다 와 가는데 갑자기 몰려 온 먹구름과 내리는 비로 어두워지면서 시야가 가려졌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랜만의 산행에다가 갑자기 무리를 해서 올라와서 그런지 숨이 고르지 않아 목이 따갑고 하늘이 노래지는 연희, 무게 중심을 잃고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가지에 부딪히고 긁히고 발목까지 접 질러 움직일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정신을 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