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간절히 그에게 애원했다. 그 목소리에 거칠게 움직이던 그의 손길이 멈추었다.
점차 그의 얼굴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한참 그렇게 우리는 시간이 정지되기라도 한 것처럼 멈춰있었다. 나는 그의 밑에서 상처 입은 새처럼 떨었다. 그리고 다시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천천히 그가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기 시작했다.
그는 눈물로 범벅이 된 내 뺨 위에 입술을 포개었다.그의 입술은 부드럽게 내 뺨을 쓸었다. 흐릿한 시선 사이로 그의 표정이 보였다. 그는 평소의 모습처럼 완전히 돌아와 있었다. 한편에서 안심이 되었지만 눈에서 나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내 젖은 뺨을 입술로 어루만지다가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미안.”
그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나를 감쌌다. 조금씩 나의 마음도 안정이 되어갔다. 그는 내 위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켜 침대 맡에 내게 등을 보이며 걸터앉았다. 나는 주섬주섬 옷깃을 여미고 어렵게 몸을 일으켰다. 아까와는 다른 그의 널따란 등이 나의 바로 앞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있었다. 나는 그의 뒤에서 한 팔쯤 떨어진 곳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그리고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말을 꺼냈다.
“……난 너 포기 못해. 그러니까…….”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다시 이었다.
“……네가 포기해, 태빈이.”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했었는지, 나의 어설픈 배려가 얼마나 커다란 오해를 그에게 불러일으키게 한 것인지를 충격적으로 깨달았다.나는 입술을 틀어막았다. 그의 조금은 삐뚤어진 사랑에 한없이 가슴이 시리고 벅차왔다. 아니 나의 삐뚤어진 마음이 그렇게 가슴 아픈 건지도 몰랐다. 나는 그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등을 뒤에서 감싸 안았다. 그가 조금 움찔했다. 나는 그의 등에 뺨을 대고
“……미안해요.”
“내가……, 내가 어리석었어요.”
김율리
프로필
해의방박(解衣磅礴).
“옷을 풀어 헤치고 두 다리를 쩍 뻗은 채 앉아있다” 라는 뜻의 고사 성어.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형용하기 위해 사용되곤 하는 사자성어다.
이 말을 들을 때면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모든 예술의 혼이 아니겠는가를.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다리를 쩍 뻗은 채 몰입할 수 있는 글.
신명나고 어깨춤이 절로 나오게 하는 글.
모두가 옷고름을 풀어헤치며 글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작가가 되는 그 날까지!
또한 해의방박의 자세로 글을 즐기는 한 사람일 수 있기를!
joydia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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