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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화이트워즈는 자신의 사무실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닥에 깔린 오리엔트산 카펫을 따라 걸어오는 그 소리의 주인공은 분명 부사장이었다.
밤색 회전의자에 등을 기댄 필립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부사장을 바라보았다.
“누가 우리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는지 알아냈나?”
불끈 움켜쥔 두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부사장은 내뱉듯 말했다.
“최저가로 입찰한 자는 싱클레어였어. 그자가 우리보다 3천 달러 적은 가격으로 거금 5천만 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구!”
못내 분한 듯 부사장은 거친 숨을 토해 냈다. 귀족다운 기품이 어린 필립의 턱선이 꿈틀거렸다.
화를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말이 없던 필립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우리 계약을 가로챈 경우가 이번이 네 번째……, 정말 묘한 우연이군.”
“우연?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네도 알잖나, 필립! 우리 회사에 닉 싱클레어에게 고용된 스파이가 분명 있단 말일세. 닉 싱클레어가 우리 계약을 가로챌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그 망할 놈 때문이라고. 내가 아는 한, 우리 회사에서 입찰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여섯 명, 그 중에 분명 스파이가 있을 거야.”
필립은 의자에 깊숙이 들어앉아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그 여섯 명의 뒷조사는 이미 끝내지 않았나. 우리가 얻은 정보라고는 그 중 세 사람이 자기 아내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뿐이었고…….”
“조사가 충분치 못했다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