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전자 사장인 태진은 아버지의 호출을 받고 회장실을 찾았다가 해인을 만나게 된다.
도도한 아름다움을 지닌 해인을 보고 첫 눈에 가슴 떨림을 경험하게 되지만,
해인은 동생의 약혼녀라는 말을 듣게 되고......

한편 미국에서 공부하던 해인은 정 회장님의 추천으로 우성 전자 비서실에 근무하게 된다.
첫날부터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태진에게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본문 중에서>

“나와.”

정확히 5분이 지나자, 사무실 문이 열리고 태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방을 들고 일어나 몸을 돌려보니 그가 문가에 서 있었다. 오늘 회사에서 입고 있었던 검은색 양복차림 그대로였다.

“…….”

해인은 잠시 멈칫했다가 천천히 문가로 걸어갔다. 하지만 태진이 문을 막고 서 있었기에 나갈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고 비켜달라는 뜻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태진은 꿈쩍도 않은 채 해인의 눈을 마주했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토요일 새벽 이후로 이 남자를 가까이서 마주 보기는 처음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면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만 했다.

“……죄, 죄송해요.”

“뭐가?”

태진이 해인에게 바짝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해인은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고개를 들어 놀란 눈으로 태진을 바라보니 그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얼굴에 닿는 태진의 숨결에 해인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심장은 무섭게 뛰고 호흡은 가빠져 왔다.

“괜, 괜히 저 때문에…….”

“너 때문에, 뭐?”

“…….”

해인의 숨결을 마시기라도 하려는 듯 태진의 입술이 가까이 다가오자 해인은 말을 멈추고 말았다. 그를 피해서 뒷걸음질을 치자, 태진은 그런 해인을 따라 천천히 다가서고 있었다. 서로의 호흡이 엉키는 듯해서 해인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 그래요.”

그를 피해서 뒷걸음질을 했는데, 잠시 후, 등 뒤로 단단한 벽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이런! 그가 유도한곳으로 움직이고 만 것이다.

“그리고 휴대폰도 고마웠어요.”

“…….”

그는 말없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뒤에는 벽이 있어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가 없었다.

“고마워할 일을 했으니, 내가 한 가지 요구해도 되겠군.”

“뭘…….”

“키스 한 번.”

“예?”

놀라서 동그랗게 변한 해인의 눈을 쳐다보며 태진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해인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린 뒤,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에서부터 얼굴선을 따라 턱까지 천천히 쓸어 내렸다.

“…….”

해인은 잔뜩 긴장한 자세로 태진의 품에 안겨 그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눈썹 결을 따라 매만지던 그의 손가락이 속눈썹 끝을 스치듯 쓰다듬자, 해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침묵하는 건, 허락한다는 뜻이지?”

“…….”

더운 숨결이 뺨에 닿았다. 해인은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감각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필사적으로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긴장해서 굳어 있는 그녀를 보며 태진은 슬쩍 웃음 지었다.

“정태진을 이렇게 애타게 만드는 여자는 지금까지 너 뿐이다.”

“…….”

낮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섹시하게 들렸다. 바로 눈앞에 있는 그의 입술에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입술을 간질이는 그의 숨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느새 그가 키스하면 어떤 기분이 될까? 궁금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