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구신이라는 여자가 심장 속에 스며들었다.

오피스텔로 갓 이사를 온 환희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은혁은 그 전날 옆집에 이사 왔다는 여자와 마주친다. 성은 구요, 이름은 신이. 공인중개사에서 잠시 스쳤을 때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반응으로 그를 당혹게 했던 바로 그녀였다. 그것을 시초로 사차원, 사이코, 화성인 등의 별명에 걸맞게 그의 예상 안에서 행동한 적이 없는 신이는 매번 그에게 재미와 충격,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녀와 이웃사촌으로도 모자라 고용주와 고용자라는 관계로 엮인 은혁. 그런데 그는 이 엉뚱하기 짝이 없는 여자가 어느 순간 그의 가슴에, 인생 속에 여자를 들이지 않기로 맹세한 그 견고한 가슴속에 들어와 있는 것을 깨닫고 마는데…….

▶잠깐 맛보기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누가 그래요?”

자꾸만 가까워지고 있는 두 사람의 거리 때문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신이는 마지막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그렇지만 사람들이 전부…….”

더듬거리며 간신히 입을 뗀 노력이 무색하게도 신이는 몇 마디 이상의 말은 잇지 못했다. 은혁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딱 한 발짝 정도의 거리만이 남아 있었다.

그 거리에서 멈춘 채 은혁이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그녀와 그의 눈높이가 같아졌다.

“내가 정말로 남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요?”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마치 애완용 동물에게 해 주는 듯한 가벼우면서도 사랑스러운 키스.

살짝 떨어진 그와 그녀의 입술 사이를 나직한 은혁의 목소리가 채웠다.

“난 내가 신이 씨를 좋아하는 걸로 보이는데.”

다시 입술이 맞닿으며 은혁은 그의 체온을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잠시 그렇게 입술 위를 부드럽게 간질이던 은혁이 갑자기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아랫입술을 잘근 빨아들였다가 놓아주었다.

“일단 폭력적이지도 않고 할퀴지도 않는다는 거군요. 다행이네요.”

그대로 멀어지는 대신 은혁은 그녀의 이마 위에 도장을 찍듯 자신의 입술을 꾹 눌렀다. 그러고는 몹시도 아쉬운 몸짓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들고양이는 처음부터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친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 순간까지도 신이는 눈 한 번을 깜박이지도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은혁이 피식 웃었다.

“신이 씨가 자기 발로 우리 속으로 들어온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안 본다고 멋대로 도망가는 건 반칙이에요. 알죠? 물론 도망간다고 해도 잡아오긴 할 겁니다만.”

▶목차

15차원～26차원

에필로그 part 1～3

짧고도 소소한 사족 몇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