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소중하게 대할 테니까. 나와 함께해줘.”

이혼한 부모에게 버림받고 살아온 고3 소녀 김혜이. 아제나스의 수호룡 레드 드래곤 아실라로 환생한다.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은발의 미남자가 내 것이 되란다. 이건 설마 프러포즈?

그것이 황제 유그레스가 수호룡인 자신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분노하지만, 정중하게 사과하는 유그에게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유그를 열심히 쫓아다녀보지만 종족이 달라서 그런가? 어쩐지 영 유그는 애완동물 대하듯이 하는 것 같은데?

“벗어.”

나는 유그에게 명령했다.

“……싫어.”

“벗지 않으면 벗길 거야. 디저트 대신 키스라니, 이거 나 유혹하는 거잖아. 그렇지?”

“아니다.”

“맞네. 디저트 대신 널 먹어달라는 거 아냐?”

2. 작가 소개

정하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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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례

#10. 강한 척 굴지만 외로움을 많이 탄다

#11. 수영에는 소질이 없다

#12. 사이먼의 기억

#13. 책임질 수 없으면 시작하지도 말자.

#14. 또다시 기억

#15. 내가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16. 아플 때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17. 약속을 지키러 왔어

#18. 앞으로도 쭉 괜찮을 것이다

#에필로그. 네가 나를 길들이는 법

#외전. 그 용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법

4. 미리 보기

“아무튼 날 구해준 것도 그렇고 감사인사로 네게 줄 것이 있다.”

유그는 아공간에서 조금 크다 싶은 보석함을 하나 꺼냈다. 오! 포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 나뭇결이 살아 있는 큰 상자인데 음각으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무늬 군데군데 진주가 알알이 박혀 있다. 진짜 진주인가?

“네 거다.”

오다 주웠대도 이만큼 No감흥일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표정이 이렇게 무표정하니?

“진짜?”

“그래.”

나는 상자를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유그도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내게 말했다.

“상자가 맘에 들지 않는 건가? 열어봐라.”

“코로 들이받아서 열리? 잠금쇠를 풀려면 발톱으로 그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보석함이잖아? 선물에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아…… 미안하다.”

유그는 당황했는지 몇 번을 버벅대면서 잠금쇠를 풀어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다이아와 루비, 가넷이 섞여 있는 초크였다.

목걸이 자체가 로즈 골드로 되어 있어 화려하다. 이건 불꽃 그 자체다. 가운데에는 이그레트 신전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루비가 박혀 있다.

“……맘에 들어?”

“…….”

맘에 드는 정도가 아니다. 이 목걸이는 딱 봐도 날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이건 내 거다. 저번처럼 현혹 같은 사악하고 저급한 주술이 걸린 것도 아닌데 빨려들 것만 같다.

“그냥 목걸이가 아니다. 아티펙트야. 널 위해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다. 넌 드래곤이니 어지간한 마법에는 항마력이 있으니까 마력 관련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 이건 물리적인 공격을 막아주는 거다. 넌 덜렁대니까…….”

“…….”

“이게 좋은 점은 네가 인간일 때도 드래곤일 때도 네 목의 둘레에 맞게 변한다는 거다. 혹시라도 목이 조일까 풀거나 하지 않아도 돼.”

“맘에 들어.”

그러니까 그렇게 조급해하면서 설명충처럼 굴지 않아도 돼.

“걸어줘.”

“뭐?”

“손이 이렇잖아! 네가 직접 걸어줘야지!”

“싫다.”

“왜 또! 너 나한테 이거 선물한 거 아니야? 태어났을 때는 억지로 잘만 채우더니!”

내 지적에 유그의 얼굴이 구겨진다. 유그는 덜덜 떨면서 내 목에 목걸이를 채웠다. 상자를 꺼낼 때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표정하던 얼굴이 점점 망가지는 것이 조금 우습다.

너 혹시 긴장했니? 내가 화난 표정으로 빨개진 유그를 다시 놀리려는데 유그가 말했다.

“억지로 맘에 드는 척할 필요 없다.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분해해서 팔면 되니까.”

이런 밉상! 꼭 주고도 저런 미운 말을 해요!

“어허. 줬다 뺏는 거 있기, 없기?”

“가지려면 갖든지. 그럼 간다.”

유그는 정말 일어서서 가버렸다. 내가 목걸이를 건 것도 보지 않고 정말로 그냥 채우고만 가버렸다.

뭐 이래! 진짜 저놈의 예민함과 변덕은 알 수가 없다.

흥. 그러든지 말든지. 기왕 받은 거니까 자랑해야지!

나는 도르테의 방을 항해 보석함을 들고 뛰었다.

“도르테!”

“무슨 일이야?”

“이것 봐라!”

나는 위풍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목이 잘 보이도록 하늘 위로 코를 치켜들었다. 도르테는 읽던 책을 덮고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너 프러포즈 받았어?”

“응? 아닌데?”

“그래? 그런데 웬 목걸이? 딱 봐도 비싸 보이는데? 요즘 던전 좀 돈다더니, 네가 산 거야?”

“아니, 받은 거야!”

“누구한테?”

“유그한테.”

도르테의 표정이 무섭게 구겨졌다.

“그거 가서 당장 돌려주고 와.”

“왜?”

아니, 제가 받은 건데 왜 돌려주라 마라입니까? 친구라도 이건 넘나 아닌 것.

“내가 더 좋은 걸로 줄게.”

“싫은데? 난 이게 맘에 든단 말이야.”

“아제나스에서는 목걸이를 선물하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단 말이야. 아무에게나 하지 않아. 특별한 사람에게만 하지.”

“그럼 내가 딱이네. 나만 한 스페셜리스트가 이 나라에 있던가?”

“장난치지 말고. 결혼이라든지 약혼이라든지 아무튼 사귀는 사람끼리의 정표로서 목걸일 주는 거라고. 오빠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데?”

그런 뉘앙스는 전혀 없었다. 외려 이걸 줄 땐 나한테 평소보다 더 퉁퉁댔는걸.

“그냥 저번에 구해줘서 고맙다고 했었어. 아마 감사인사 같은 게 아닐까?”

“왜 하필 목걸이지? 젠장!”

“받은 건 난데 왜 네가 화를 내고 그래? 난 목걸이도 좋다고.”

“…….”

도르테는 한참을 씩씩대더니 조금 진정이 됐는지 내게 말했다.

“별 의미가 없다니 됐어. 목걸이가 아니라 용을 위한 목줄이나 인식표 같은 거라고 생각하자.”

“아니, 목걸이 맞거든요? 저기요. 왜 그렇게 화내는 거야?”

“너 오빠가 좋아, 내가 좋아?”

“유그.”

나는 일 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즉답했다. 평소에 워낙 노래를 부르고 다녀서 그런가. 도르테는 내 대답에도 별로 충격받은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나를 달래듯이 부드럽게 항의했다.

“뭐야. 너 무책임해. 나보고 살라고 했잖아. 전에 약속했잖아. 하늘산맥으로 데려가준다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그리고 넌 여자잖아.”

“뭐 어때. 그렇게 치면 넌 어차피 용이잖아. 용은 마음대로 성별을 바꿀 수 있으니까. 문제 될 건 없어.”

성별 초월, 종족 초월인가요? 오픈 마인드 정말 대단하다. 근데 어쩌지? 인간 김혜이는 스트레이트라서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나는 도르테에게 물었다.

“이거 혹시 고백?”

“아…… 최악이네. 이런 식이어서 미안. 그렇지만 역시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어. 난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내가 너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도르테가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정식으로 말할게. 아실라, 내 부군이 되어줘.”

“어……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