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금방이라도 눈을 뜨고 일어나 그의 목에 매달리고픈 마음을 알아줄까? 함께 있어 달라고, 숨이 막히도록 끌어안아 달라고 말한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안의 귀환 이후 잠깐의 행복을 느끼던 지아. 하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있지 않을 거라고 그에게 선언한다. 감미롭고도 애틋한 그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주변의 상황은 지아와 이안 사이의 간극을 실감시켜줄 뿐인데…….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다’

이틀 전까지도 너무나 멀리 있었던 그 말이, 이제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다.

나는 이 순간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의 맑은 웃음과 다정한 손길이 나를 떠나지 않기를.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가 혼자 고통을 참아야 하는 일이 없기를.

2. 작가 소개

빈즈(Beans)

취향에 맞는 책을 찾고 찾다, 어느 날 아예 직접 글을 써버리기로 결심, 웹 연재게시판에 첫 글을 올린 후 3년간 꾸준히 집필한 소설이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Saint Louie Academy)’이다.

개인적인 욕심에 시작한 글이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개인지 제작과 eBook 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면 언제라도 글 쓰는 즐거움을 다시 누리고 싶다.

현재는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삶의 소소한 낙이다.

▣ 출간작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

3. 차례

17. 미완성 퍼즐의 그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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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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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07.

#08.

#09.

#10.

#11.

#12.

#13.

#14.

18. 장미가 지는 계절

19. 변하는 미래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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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04.

#05.

#06.

#07.

#08.

#09.

4. 미리 보기

참으로 정신없는 하루였다. 어젯밤 늦게까지 떠들썩하게 놀았던 아이들은 금세 일상에 적응했다. 물론 이안의 복귀로 전교가 한 차례 들썩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반장 업무나 학교 숙제가 줄어든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2학기의 공식 행사가 다 끝났다는 것을 통보하기라도 하듯 많은 과제를 내 주었고, 그 숙제를 전부 걷어서 갖다 내는 것은 내 일이었다. 하루 종일 멍하니 있다가 마지막 교시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부랴부랴 노트를 걷고 아직 숙제를 다 못 한 아이들을 기다려 주고 제출자 명단을 정리했다. 겨우 교실을 나섰을 때에는 2학년들 대부분이 본관을 빠져나간 뒤였다. 쥰메이도 따로 할 일이 있다며 먼저 기숙사로 가 버렸다.

‘배고프다…….’

문득 시장기가 몰려들었다. 그동안에는 죽지 않을 만큼만 음식을 먹고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그나마도 도로 토하기 일쑤였는데, 마음의 병이 치유되기 무섭게 이렇게 변하다니-. 나는 어이가 없어서 혼자 웃었다.

노트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추어올리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지아.”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계단 위로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차리고도 나는 바로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그저 팔에서 힘을 빼지 않으려고 애쓸 뿐-. 입을 열어 대답을 한다든지, 눈을 들어 그를 본다든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 세계로 돌아온 그의 존재는 반갑고 또 낯선 것이었다. 전처럼 인사를 해야지. 이름을 부르면서 웃어 줘야지. 그런데 내가 전에 그에게 어떤 얼굴을 보여 줬더라? 할 얘기가 많은 줄 알았는데, 왜 그 중에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는 걸까?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 ‘그’는 사뿐히 계단을 내려와 내 곁에 섰다.

이안이 다시 말을 걸었다.

“들어줄까?”

“아뇨, 별로 안 무거워요.”

나는 토라진 아이처럼 그를 외면했다. 아주 잠깐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도 혀뿌리가 굳는 것 같다. 이 위화감. 이 긴장감. 어떻게 이안은 저토록 태연할까? 어쨌든 그런 식으로 그를 외면해서는 안 되었기에, 나는 어색하게 덧붙였다.

“……교무실에 가는 거예요.”

이안은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전보다 많이 야위었는데도 교복은 여느 때처럼 그의 몸에 잘만 맞았다. 그의 눈동자 색과 비슷한, 짙은 회색의 테일러드 슈트. 자줏빛 넥타이와 새하얀 셔츠 칼라도 변함없이 말쑥하여 나는 또 한 번 이질감을 느꼈다.

그간 악몽이라도 꾸었던 것일까.

이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초조해졌다. 다음에 내가 한 말은 변명 아니면 자기 자랑처럼 들려서 말을 뱉은 즉시 후회했다.

“나, 반장 됐어요.”

“그래. 축하해.”

그가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다. 미소면 미소지 미소 비슷한 건 또 뭐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니까 잠깐 기다려요.’

내가 진짜로 할 말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때마침 교무실 문이 열렸고, 이와 동시에 이안이 고개를 까딱해 보이며 몸을 돌렸으므로 나는 복도 한쪽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아니-. 그가 등을 보이기 전에 내가 먼저 교무실 쪽으로 움직인 것 같기도 하다.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감정이 가슴 속을 꽉 채웠다.

신지아, 너는 어떻게 된 애가 그런 말만 골라서 하니? 이안한테는 아무 잘못 없잖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선생님들은 교무실 앞에서 인상을 잔뜩 쓰며 한숨만 내쉬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미키 선생님 자리에 노트 더미를 던지다시피 하고 재빨리 그 곳을 빠져나왔다. 눈앞에, 귓가에 이안이 어른거린다. 그가 방금 전까지 내 옆에 있었다!

“정말 이상해.”

나는 중얼거렸다.

그렇지, 이 기분은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복잡 미묘한 것이다. 나는 차라리 쥰메이랑 같이 있는 편이 나았으리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전교에서 이안 폰 그린과 제일 가까운 사람은 신지아’라고 다들 수군거리겠지만, 아까 같은 상황에서는 그가 누구보다 소원하게 느껴졌었다. 엷은 기쁨과 근거 없는 불안감이 뒤섞여 나는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1층 현관으로 내려온 나는 다시 이안과 마주쳤다. 그가 난간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켰다.

“다 끝났어?”

“……네?”

내가 되묻자 그가 상기시키듯 대꾸했다.

“교무실에서 할 일.”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현관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보는 눈이 저렇게 많은 데서? 그럴 거면 왜 2층에서 기다리지 않고…….

그가 손을 내밀었다.

“데려다 줄게.”

나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디……를요?”

“기숙사로 가는 것 아니었나?”

그가 혼잣말처럼 말하고는 곧 조용히 웃었다.

“아니, 어디든 괜찮아. 또 할 게 남았나?”

‘저녁 먹는 거요.’

천만다행으로 나는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안은 내밀었던 손으로 내 어깨를 살짝 밀었다. 그를 따라 현관을 나서면서, 그가 나보다 앞서서 내려간 이유를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러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1층 현관 앞에는 커다란 거울이 하나 걸려 있었다.

“이안, 거기서 거울 봤죠?”

“…….”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체했다. 흠잡을 데 없는 차림을 하고서도 겉모습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나르시시스트라는 뜻은 아니다.

‘혹시,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허영심 많은 소녀라면 이 대목에서 우쭐해졌을 만도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도리어 나는 초조해져서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교실을 나오기 전에 나도 거울 한 번 더 볼걸. 바람이 불어서 자꾸만 머리칼을 흩뜨린다. 바닥에 나란히 드리워진 두 개의 그림자는 우리 둘의 키보다 약간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