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유혹에 절대 하지 않겠다던 비서를 또다시 하게 된 그녀, 구해조.

백조에서 얼떨결에 대기업 사장 직통 비서까지 신분 상승하지만

그 사장이란 남자, 생각보다 젊고 잘 생겼으며 생각보다 훨씬 더……곤란하다.



이유있는 괴롭힘으로 비서들을 가만두지 않는 그, 이도협.

어느 날 비서라고 온 해조에게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게 했지만

그 비서라는 여자, 생각보다 독하고 재미있으며 생각보다 훨씬 더……맘에 든다.





<본문 중에서>



“사, 사장님!”

“…….”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이건 도대체 어디에 쓰는 겁니까?”

그녀가 감추고 감추었던 성인 용품은 이미 그의 손에 들려 그 흉측한 몸뚱어리를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 망할 놈의 페니스를 좌우로 살펴보더니 해조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그러더니 픽하고 한쪽 입 꼬리를 올려 웃고는 그 물건을 내려놓았다.

“취미가 정말 야하네요, 구해조 씨.”

“아, 아니 사장님! 그건 제, 제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사장님께서 담배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고 그…… 피네스를 페니…… 스로…….”

“구해조 씨 취미 생활까진 관섭할 게 아니지만 내 비서가 이런…… 시시한 물건을 가지고 논다는 건 좀 곤란합니다.”

“저, 정말 오해입니다!”

책상 위에서 아직까지 윙윙 거리며 움직이는 물건의 스위치를 끄고 그는 그녀 앞으로 툭하고 던진다. 으악! 해조는 그 요물이 발끝에라도 닿을까 몸을 피했다.

“그거 좀 빨리 어떻게 하고, 내가 말한 담배는 어디 있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정말 제가 잘못 들어서…….”

“어떻게 피네스를 페니스로 잘못 들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말이 된다고 지금 생각하는 겁니까?”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어떻게 피네스를 페니스로 발음하실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말 역시 그녀의 목구멍 근처에도 와보지 못한 채 속으로 삭혀졌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조용한 사장실 안은 그가 만년필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 그들 사이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계속 보고만 있고 치우진 않으실 겁니까?”

“아, 네! 네네, 치우겠습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널브러져 있던 물건을 집으려 그녀는 허리를 숙였다가 도저히 맨손으로 그 요망한 물건을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아 그의 책상위에 놓인 까만 봉지를 얼른 가져와 물건을 집어 들었다. 정말 슈퍼 앞에 개똥 치우는 것보다 더 더러운 기분이었다고 말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기분이었다.

“사, 사장님. 정말 오해세요. 저는 이런 저급한 물건 가지고 노는 취미도 없고요, 진짜 실수…….”

“그럼 저는 저급한 취미가 있을 것 같아서 구해조 씨가 그런 걸 사왔다는 말입니까?”

“아뇨! 무슨 그런 말씀을! 순전히 제가 잘못 들은 탓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까만 봉지를 꽉 쥐고 그녀는 허리를 숙였다. 왠지 모를 수치심에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고 금방이라도 눈에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은 자신이 잘못 알아들은 탓이니 그저 죄송하단 말만 내뱉었다. 비서의 두 번째, 상사의 잘못은 내 잘못, 내 잘못도 내 잘못.

“그만 나가서 일보세요.”

“앞으로 정말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

“알겠으니까 나가보시라고요.”

그녀는 성격 이상한 사장이 여기서 이제 그만 봐주려나 싶어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그러자 자신을 보고 있던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려 노트북으로 시선을 꽂고 말을 했다.

“설사 상사가 그런 걸 시켰다고 해도 여 직원이 대뜸 사오긴 힘들 텐데, 뭐 일단은 재밌는 구경시켜줘서 고맙습니다.”

저 인간이 끝까지……. 보내려면 좋게 보내줄 것이지 또 비꼬듯 말하는 그를 속으로 잘근잘근 씹으며 그녀는 나가보겠단 말을 전했다. 휴, 그래도 다행이다. 왠지 저 성질머리로는 심부름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당장 쫓아낼 줄 알았는데. 해조는 그 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장실 문을 열었고 그 뒤 들려오는 그의 말에 또 한 번 해조는 분노를 삭혀야만했다.

“아, 그리고 혹시나 앞으로도 그런 거 사려면 먼저 보청기부터 하나 하세요. 요샌 보청기 좋거든요.”

저 썩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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