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하고 키가 큰, 검은 머리칼의 남자가 뒤로 문을 닫으며 ‘델버트 매치슨’ 사무실을 나갔다. 그는 자신이 방금 들은 말을 곰곰이 생각하기라도 하듯, 턱 근육을 씰룩거리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복도를 지나 호화롭게 장식된 거실로 들어갔다.
그 방에는 텅 빈 벽난로의 선반에 기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역시 키가 컸으나 그는 평생을 집안에서만 지낸 사람같이 깔끔하고도 부드러운 외모였다. 금발은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었으며 옷도 아주 말끔했다.
「아, 당신이 바로 델버트 매치슨 씨가 나를 자기 딸에게 데려다 주라고 고용한 사람이군요.」
금발의 사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검은 머리칼의 남자는 단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는 약간 불편한 표정으로, 마치 누군가 거기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방 구석구석을 힐끔거리며 살폈다.
「나는 아셀 프레스콧이오. 이 임무에서 내 역할에 대해 델버트가 당신에게 말해주던가요?」
금발의 사내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사내에게 주의를 끌려는 듯이 약간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아니오.」
검은 머리칼의 남자는 거의 들랄까 말까 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셀은 벽난로 위에 있는 상자에서 시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델버트의 딸이 묘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는 말을 중단하고 검은 머리칼의 남자를 재빨리 훑어보았다.
「내 말은 그녀가 문제에 끼어드는 데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요. 지난 몇 년 동안, 델버트는 그녀를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뒀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켰소. 당신도 ‘노라 달라스’라는 기자에 대해 들어봤을 거요.」
그는 검은 머리칼의 사내의 표정을 살피며 잠시 말을 멈추다가 다시 이었다.
「어쩌면 당신은 들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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