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십구 세, 아사 직전에 양손의 떡이 들어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사 직전이었던 내가 양손의 떡을 들었는데, 하나를 버려야 한다니. 하나님, 너무 가혹하십니다! 같은 떡이 아니라고요. 전혀 다른 떡이 둘 다 너무 맛있어 보인단 말입니다! - 두 남자를 두고 고민하는 안소명의 절규

안소명
오랜 친구 서범진을 짝사랑하느라 변변한 연애 한 번 못해본 프리랜서 기획자. 그런 그녀에게 거침없이 들이대는 연하의 다정남 이은환의 등장에 그녀의 질풍노도 연애기가 시작된다.

서범진
긴 시간 동안 안소명을 당근과 채찍으로 조련해온 남자. 늘 자신의 손바닥에서 놀 것 같던 안소명이 이은환에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다. 그에게 안소명은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이은환
나이는 어리지만 선수라는 오해를 받을 만큼 능수능란하고 다정한 남자. 안소명과 일을 진행하면서 호감을 키웠다. 안소명이 쌓아놓은 단단한 감정의 벽을 부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본문 중에서-

조용히 맥주 캔을 들어 끝까지 다 마시고 캔을 구겨서 놓은 범진의 표정이 냉랭했다.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서범진의 자존심 너무 상하게 만들었나 싶어서 조금 미안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가 나한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왜? 갑자기.
난 범진이 손짓에 따라서 얼굴을 디밀었다.
꺼억.
“뭐하는 짓이야!”
내가 탁자 위에 메모지를 던졌더니 범진이 잽싸게 손으로 잡아서 다시 나한테 던졌다. 하여튼 민첩성까지. 제길, 날 사랑하지 않는 것 빼고 모자란 게 없다.
“크크크. 정신이 확 들지? 안소명아, 그게 바로 빛 좋은 개살구야. 그런 놈이 뭐가 아쉬워서 널 만나냐.”
“내가 뭐 어때서!”
“나이 많지. 못생겼지. 성격 안 좋지. 툭하면 아프지. 나니까 너랑 놀아 주는 거야. 알아?”
“참나, 야. 지금 너 맥주 한 캔 먹고 꼬장질이냐? 누가 나이 많고, 누가 못생기고, 누가 성격이 안 좋은데? 사돈 남 말하고 있네.”
객관적으로 스물아홉이면 끝장 볼 노처녀 나이도 아니고, 절세 미녀라고 할지는 몰라도 어디 가서 못생겼다고 구박 받은 적도 없다. 성격이 둥글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성격 파탄이나 사이코 패스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 그리고 툭하면 아픈 건 또 뭐야. 감기 걸리고 가끔 체하는 게 무슨 중병이라도 돼? 오늘따라 삐딱한 범진의 태도에 화가 바짝 솟았다. 범진은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말을 툭툭 뱉었다.
“다 필요 없고, 그냥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오빠 하나 물어. 그런 어린놈한테 도박 걸지 말고.”
“너한테 그딴 충고 받고 싶지 않거든. 너나 그렇게 살아. 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한 살이라도 더 어리고 싱싱한 놈 만나서 겁나 방탕하게 놀 거다. 알겠냐?”
“야, 방탕은 아무나 방탕이냐. 방탕도 놀아 본 사람이나 방탕하게 노는 거야. 수녀복을 입혀놔도 어색할 거 없는 계집애가 어딜 방탕하게 놀겠다고 으름장이냐. 밤 구 시 이후에 니가 남자랑 말을 섞는 걸 본 적이 없다. 내가.”
“웃기네. 11시가 넘었는데, 내 앞에 있는 넌 남자 아니고 자매님이냐?”
새로 맥주를 하나 따서 꿀꺽 넘긴 범진이 갑자기 상체를 일으켜 내 얼굴 앞에 바짝 얼굴을 디밀고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얼굴을 뒤로 뺄 틈도 없이 나도 멍하니 그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웃고 있지 않으면 차갑게 보일 정도로 길게 찢어진 새까만 눈이 내 눈 앞에 있었다. 두근거렸다. 범진은 더 가까이 다가와 내 귀에 속삭였다.
“너, 날 남자로 보고 있었던 거냐?”
슬쩍 볼을 스치며 떨어지는 범진의 행동에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의 말에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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