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걸 가져간 그 애에게 너마저 빼앗기고 싶지 않아

기억마저 희미한 일곱 살 무렵, 아버지가 유진이라는 여자 아이를 집에 데려왔다. 그리고 난 동갑내기인 그 애와 친자매처럼 함께 자라 왔다. 유진은 특유의 서글서글함과 사교성으로 타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타인에게 살갑지 못했던 나는 언제나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나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 상대는 강준혁. 나와 유진을 포함한 우리 세 사람은 평행선을 달리는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큰맘 먹고 한 고백에도 그는 친구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히 내 마음을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유진과 사귀기로 했다는 소문이 내 귀에 들려왔다. 뭐라고…? 안 돼,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잠깐 맛보기

“왜 좋아하느냐고 물었지? 질문 자체가 틀렸으니까 대답할 수 없다는 거야.”

지연의 말에 준혁의 눈동자가 짙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왜 좋아하느냐고 묻지 마. 왜냐하면 난 널 사랑하니까.”

준혁의 눈동자가 짧게 흔들렸다가 곧 정색을 했다. 역시나 그가 입을 열었다. 불쾌한 투가 역력한 얼굴로.

“사랑하는 이유는 뭔데.”

“글쎄, 외로워서?”

결국 준혁을 웃기고 말았다. 그가 피식 웃었다. 웃으라고 한 말 따위가 아닌데.

“웃기니? 난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감정으로 유진이 곁에 있는 널 4년 동안 지켜봤어. 외롭지 않았을 것 같아?”

“뭐라고 해도 네가 말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어쩌면 넌 사랑의 의미 자체를 잘못 알고 있는지도 몰라.”

지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준혁은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의 정적이 흐른 후, 지연이 시선을 다시 돌려 준혁을 보며 말했다.

“그럼 네가 가르쳐 주면 되겠네.”

▶목차

프롤로그. 함께 있어도 외로운 너와 나

타인의 보살핌 속에서

처음에는……

내가 먼저 시작한 사랑인데……

그래도 끝낼 수 없는 마음이라서

넌 나를 숨 막히게 해

네게도 내게도 괴로운 선택의 연장선에서

어느 비오는 날 - 루(淚)

나쁘지 않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다시는 사랑 같은 것 하지 않아

그리움과 미움의 깊이

혼자라는 것을 느낄 때마다

퇴폐적 낭만주의자

마음으로 하는 말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열망〉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