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어느 날 나타난 모든 것을 아는 남자. 내가 일어나는 시간, 내가 산책가는 시간부터 시작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까지 모두 다.

‘이것과는 다른 과거’로부터 온 사람.

눈앞의 행복에 취해 침묵으로 진실을 묻어둔 나의 어리석음으로 사랑하는 당신을 잃었다. 우연히 닿은 마지막 기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을 기다리고 진실을 알리는 것. 내 정체를 알게 된 당신이 설령 나를 거부한다 해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제키엘이라고 합니다.”

나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왔다는 당신. 손끝에 닿을 듯 가까워지는 당신의 정체. 잡힐 것 같지만, 끝내 잡지 않은 건, 내가 이렇게나 따뜻한 당신의 손을 놓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마침내 알게 된 절망적인 진실. 잡은 손을 놓고 뒤돌아섰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왜 나한테 왔어요?”

“나한테 에즈가 해주는 건 하나면 돼요.”

그의 입을 막은 제일린이 빙그레 웃었다.

“최고의, 그리고 나만의 사랑스러운 스승님이 되는 것.”

2. 작가 소개

성단

행복한 글쟁이.

3. 차례

#12

#외전 1. 기다림

#외전 2. 그의 세상으로

#외전 3. 그들의 고민

4. 미리 보기

“제릴마사인도 갔으니 저도 떠날 시간이에요. 사실 며칠 동안 다른 곳에 가 있었는데,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왔어요.”

그녀는 제일린과 잔느에게 웃어주었다.

“여제의 의무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이종족을 물리치는 데에 있어요.”

그녀의 시선이 다시 에제키엘에게 돌아갔다. 에제키엘은 이번엔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서 그냥 가는 거예요. 그쪽이 마족인 건…….”

그녀가 흘끗 제일린을 쳐다보았다.

“안타까울 정도니까.”

잠시 말을 쉰 그녀는 제일린과 잔느를 한 번씩 안아주었다.

“가끔 찾아올게요.”

그녀는 그녀답지 않게 쓰게 웃었다.

“어쩌면 마족들이 거짓말을 많이 하는 건, 인간들이 마족이라는 정체를 밝히자마자 배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자기가 선택할 수 없는 걸로 부정당하길 즐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

에제키엘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실베르티아가 웃었다.

“진짜 마족에 대해 쓰인 인간계의 책은 다 뜯어고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헉, 맞다, 책!”

그때 잔느가 작게 탄성을 질렀다. 실베르티아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니, 제릴마사인이 가기 전에 거들먹거리면서 인명사전 찾아보랬거든요. 갑자기 생각나서.”

잔느는 곤란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하지만 실베르티아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그녀가 걱정되는 기색이었다.

“그거 안 찾아보는 게 좋을 텐데…….”

그녀의 목소리는 에제키엘의 귀에나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한참 동안 그녀는 세 사람 곁을 떠나지 못했다.

마침내 그녀가 공간이동을 하기 직전에, 제일린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돌아보는 그녀에게 제일린이 작게 말했다.

“고마워요.”

실베르티아가 달리 마음먹었더라면 에제키엘은 이곳에 더 이상 있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다쳤을 수도 있고, 더 심각한 일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결국 실베르티아가 그의 존재를 눈감아 줌으로써 두 사람의 행복은 깨지지 않은 셈이었다.

실베르티아는 쑥스러운 듯 후다닥 마법진을 그렸다. 그녀는 마법진을 두드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제일린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고는 남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제자리에서 뿅 사라져버렸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을 몇 번 깜빡이던 제일린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에제키엘의 품에 안겼다. 혹시나 하는 작은 불안감에 내내 보글보글 끓던 가슴이 그제야 폭신한 곳에 내려앉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