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적인 주술의 세계와 아주 미흡하기 등장하는 흑마술이야기는 내가 원하는만큼 지면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즐겁게 몰입해서 썼던 글이니 그걸로 만족스러웠다. 2006년 출간물이라 이북으로 내기전 다시 수정하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다. 다음엔 좀더 완성도 높은 글을 쓰기위한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고……그리고 리드와 준의 사랑이야기에 가슴 설레기도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본문 중에서-

준과 딘의 앞에는 점토로 만든 세 개의 항아리가 있었다. 세 항아리가 놓인 공간 사이에는 양초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숀의 앞에는 날카로운 칼이 하나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수정 구슬로 점을 치던 숀이었지만 오늘은 특별한 점을 치고 싶어졌다. 세 개의 항아리 안에 가득 고인 묽은 액체들이 알코올이라고 준의 예민한 후각은 말해 주고 있었다.

“이름이 뭔가요?”

숀이 입은 하얀색 옷이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이 났다.

“준.”

“딘.”

자신들의 이름을 말해 주자 숀은 나직하게 두 사람의 이름을 되뇌었다. 궁금한 표정으로 자신을 살피는 두 사람에게 항아리 안에는 럼주, 포도주, 그리고 물이 각각 들어 있다고 숀은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첫 번째 항아리는 현재를, 두 번째 항아리는 과거를, 그리고 세 번째 항아리는 미래를 보여 줄 겁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주었던 사람의 얼굴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속에서 형상을 나타낼 겁니다. 과거와 현재가 별 상관이 없다면 미래 항아리만 들여다봐도 됩니다. 다 보실 건가요?”

“아니요! 과거는 별 의미가 없으니 됐고,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싶네요.”

“난 다 보고 싶은데.”

숀은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다 보고 싶다는 딘과 미래만 보고 싶다는 준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숀은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점술가들도 과거와 현재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럼 먼저 손가락 끝을 잘라 자신의 피를 항아리마다 흘려 넣어야 하는데 어느 분이 먼저 하실 건가요?”

터번을 두른 이곳 주인장의 눈길이 진지하게 변해 갔다. 촛불이 아른거리며 만들어 내는 검은 그림자들이 벽으로 크게 번져가자 이미 음악 소리도 사라진 실내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손가락에서 피를 내야 한다는 숀의 말이 위협적으로 들렸던지 딘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자신의 팔꿈치를 살짝 건드리는 딘의 시선이 두렵다고 말하고 있었다.

“제가 먼저 할게요!”

맑아 보이는 그녀의 눈망울이 호기심으로 반짝 빛이 나는 게 숀의 눈에 느껴졌다. 자세를 바로잡던 그녀가 숀의 눈을 응시한 채 살짝 웃으며 손으로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이 상당히 관능적으로 보였다.

순간 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조금 전 호기심으로 빛나던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볼 땐 학구적인 소녀의 얼굴로 보였는데 어느 순간엔 관능적인 여성으로 느껴지다니!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한 숀이 잠시 후 눈을 뜨곤 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 나에게 손을 줘 봐요.”

날카로운 칼을 집어 든 숀이 자신 앞으로 손을 내민 준의 손가락을 잡았다. 칼로 준의 검지 끝을 빠르게 자른 숀은 항아리 안으로 한 방울의 피를 떨어뜨렸다.

“준…… 먼저 물이 담긴 항아리로 눈을 가져다 댄 후에 눈을 감고 10초를 세어 보세요. 미래에 영향을 줄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 겁니다.”

숀이 하얀색 면으로 된 손수건 하나를 피가 흐르는 손가락에다 감싸면서 말했다.

하나, 둘, 셋…… 일곱.

10초를 세어 주는 숀의 조용한 목소리가 조용한 가게 안으로 메아리처럼 작게 퍼졌다.

리드는 오늘따라 너무 조용한 친구의 가게가 이상했다. 여전히 터번을 두른 숀이 손님들로 보이는 남녀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걸 본 리드는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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