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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고 과묵하고 양질의 게르만처럼 잘 생긴 김형호. 남들 눈에는 한없이 부러운 남자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발가락이 11개가 아닌 이상 하자는 어딘가에 있기 마련. 남들에게 말 못할 속사정을 안고 하자극복을 위해 배우기로 한 요가. 돈도 있으니 1:1 강의는 기본!
그래서 만나게 된 요가선생은 쳐진 눈썹에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를 가진 ‘인도에서 요가만 2년 동안 하고 온’ 요가의 달인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 아는 여자다!

약간 울상인 얼굴이긴 하지만 키 크고 스키니한 몸매에 상당한 학벌과 작곡부터 연주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남미 덕후 이인혜……같지만 세상은 공평하고 발가락이 11개도 아닌만큼 역시 하자는 어딘가에 있기 마련. 모든 것을 다 갖춘 것 같은 그녀에게 없는 것은 돈. ‘돈 모아서 남미로 이민 갈 거야!’
한 달에 50만 원짜리 고액과외 제의가 들어와 덥석 물었다. 그래서 만나게 된 그.
그런데, 이 녀석! 아는 녀석이네?

……우리, 어제 같이 술 마셨잖아.

<본문 중에서>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까? TV에 반쯤 홀린 형호의 귀에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형호에게 가만 앉아있으라는 손짓을 한 민겸이 거실을 나섰다.
시계를 힐끗보니, 원래 약속한 2시보다 30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주택치고는 작은 정원-애초에 김민겸이라는 남자는 정원가꾸기 같은 일은 귀찮아했으니 정원이 작은 것은 당연하다-에서 ‘아아, 늦어서 죄송해요!’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호는 벌떡 일어났다.
잠!깐!만!
저 여자 목소리 너무 익숙해!
잔뜩 긴장해 서 있는 형호의 눈앞에 민겸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아앗! 너!”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