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궁금한 건 정키들의 창발적인 마약재배방법이 아니라 네가, 대체, 무슨 연상과정을 통해, 방라씨, 맞냐? 그걸 떠올리게 되었나, 이거거든.”'“현재 상황에서 나의 대뇌피질을 자극할만한 두 가지 요소, 네온싸인과 술향기를 대신할 만한 걸 찾은거야. 고래로부터 drug은 락커들의 오랜 친구 아니겠어?”'커트 코베인부터 싸이까지, 마약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가수와 밴드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그녀의 입을 형호의 커다란 손이 막았다. '“싸이는 락커 아니거든? 그리고 마약 안 한 위대한 락커들도 많아. 따라가려면 그웬 스테파니를 따라갈 것이지, 왜 하필 제니스 조플린이야?”'특별날 것 없는 그녀의 준법정신을 고려해 볼 때, 준법정신과 <락커들의 오랜친구>가 싸우면 후자가 이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것만큼은 정말 말리고 싶은 그의 눈빛이 험악하면서도 애절한 바람을 띠자 머슥해진 인혜가 변명을 했다. '“내가 키우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연상작용의 일환이었을 뿐이라니까.”'굳은 표정만큼이나 굳은 그의 팔뚝을 슬며시 문지르는 인혜의 손길에 작은 솜털까지 바짝 선 느낌을 받은 형호가 인혜를 바라보았다. 이런 자극이 처음은 아니었다. 신체적으로 전혀 문제없는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이 사랑하는 여자와 고즈넉한 펜션에서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어떤 사달이 나도 진즉에 났어야만 한다.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의 의지의 산물이다. 그런데 드럭 운운한 인혜의 말과 그의 팔을 더듬는 손길이-유혹의 의사는 털끝만치도 없었겠지만-그의 욕망을 자극했다. '고집스럽게 다물렸던 그의 입이 열렸다.'“아, 나 방금 drug에 버금가는 락커들의 오랜 친구가 떠올랐어.”'“뭔데?”'말똥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인혜의 손을 잡은 그가 한껏 보조개를 만들며 씨익 웃었다.'“love&peace라면 당연히 drug&sex 아니겠어? 드럭은 지금 불가능하지만 다른 건 가능할 것 같은데.”'거실 창문으로 나른한 봄, 오후의 햇살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