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지탱해 줄 버팀목이 간절했던 그가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스스로에게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켰는지도 모른다.
벼랑 끝에 내몰렸던 그에게 맑은 눈망울로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라며
따뜻하게 전해준 그녀의 온기는 그를 온전히 지탱해 준 힘이 되어주었다.
그녀의 따뜻한 온기를 자신에게 묶어둘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
“계속…… 지켜봤다고요?”
“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그녀의 말에도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의 행동을 털어놓는 그는 진지하기만 했다.
“고3이 되고 대학에 입학하고…… 지금까지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어.”
유진의 눈과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자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그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그런 걸 스토킹이라고 표현하지 않나요?”
“그래, 난 정유진의 스토커였어.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정유진의 스토커로 살아갈 거야.”
“왜…… 왜요?”
유진의 말에 그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어느새 세상은 까맣게 어둠에 잠겨 커다란 유리는 그들이 마주한 공간을 거울처럼 비춰주고 있었다.
“말했잖아. 네가 날 다시 살게 했다고.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날 살게 할 테니까, 그 천사가 날 버린다� 난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날개를 부러트려서라도 날 떠나지 못하게 해야겠지.”
그의 말이 무겁게 그녀의 심장에 파동을 전해왔다.
<발췌글>
그녀의 이마에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뜨겁고 촉촉한 느낌이 와 닿았다. 가만히 닿기만 한 채 머물러있던 그의 입술이 움직이며 소리를 만들어 이마를 간질였다.
“이젠 네가 싫다고 해도 바라보기만 할 수가 없어. 네가 날 밀어내고 불행하다 소리쳐도 널 놓아줄 수가 없어. 내 품에서 고통스럽고 아프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도 널 놓을 수가 없다. 미안…… 하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소리를 만들어내던 그의 움직임이 멈추었지만 유진은 어떤 말도 움직임도 없이 눈을 감은 채 온몸으로 스며드는 그의 간절함을 느꼈다. 그의 입술이 닿은 이마에 따뜻한 물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주먹 쥐어져 놓여있던 그녀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점점 커져가는 떨림을 전하는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넓은 등을 가만가만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강인한 팔이 그녀를 힘껏 마주 안았다.
“아프고 힘들게 할 거다. 널 숨 막히게 할지도 몰라. 평생 도망칠 수도 없을 거다. 죽어도 널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 아니, 죽어서도 널 놓아주지 않을 거다.”
뜨거운 물기가 스며들어 가슴속에서 넘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크게 출렁이며 흐느낌을 전하는 그를 더 꼭 끌어안았다. 그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뭐가 이렇게 당신을 아프고 힘들게 하는 건가요? 내가 그린 그림속의 모습처럼 환하게 웃고 있길 바랐는데…….’
“도망가지 않을게요. 죽을 만큼 힘들고 아파도 절대 도망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날 믿고 아주 조금만 아프고 힘들게 해줄래요?”
람바다
처녀자리
엄청난 용기를 끌어모아 꼭 해보고 싶었던 글쓰기에 도전한 아짐.
글을 쓰는 것 자체로 너무나 행복한 사람.
닉네임처럼 언제나 열정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
네이버카페 '나무 바람을 사랑하다' 에 둥지를 틀고있음.
작가메일 - jinss705@naver.com
*종이책 출간작
지독한 열병
귀여운 악마
들꽃을 사랑하다
*이북 출간작
그대 나의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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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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