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했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그녀에게 찾아온 선물.
사랑이 떠나버린 빈자리를 가득 채워주고 그녀를 일으켜 세워준 쌍둥이.
진심을 다한 내 사랑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미혼모지만 당당하게 쌍둥이들을 키우는 준희와
너무나 영악하고 사랑스러운 쌍둥이 형제 혁준과 희준.

강 혁

너무 사랑해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심장을 가져가 버린 그녀를 보내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어둠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내가 아무리 힘들고 죽을 것 같아도 내 사랑을 불행에 빠뜨릴 수 없었다.
어릴 적 보았던 내 사촌누이의 불행을 내 심장인 그녀에게 겪게 할 수는 없었다.

-본문 중에서-

“흐흠……준희 네가 제일 좋아하던 거잖아. 어서 앉아. 이 집 티라미수랑 마들렌 맛이 꽤 괜찮은 것 같더라. 입에 맞을 거야.”
혁은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하며 대답을 해주었다.
“오빠 케이크 싫어하잖아요.”
“이젠……싫어하지 않아. 아니 좋아해.”
준희는 혁의 말에 말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었다. 단 거라면 질색을 해서 절대 입에도 대지 않던 혁이었다.
“케이크를 좋아해요?”
“네가 그렇게 좋아하고 맛있다고 하던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다가 매일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먹게 되고 그러다 보니 좋아하게 되더라.”
“어쩌다 보니 먹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고요?”
“사실은……내 생일에 먹었던 그 맛을 느낄 수 있을까 해서……그래서……케이크를 먹기 시작했어. 하지만 아무리 맛을 봐도 그 맛을 찾을 수는 없더라.”
말을 흐리는 혁의 귓불이 더 붉어졌고 준희의 얼굴도 붉게 물들었다. 혁과 연인이 되고 10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처음 사랑을 나누었던 혁의 생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으음……난 지난 시간 동안 티라미수도 마들렌도 먹을 수가 없었는데 오빠는 먹게 되었네요.”
준희의 말에 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것들을 먹을 수조차 없었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었을 준희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위로의 말도 건넬 수가 없었다. 한동안 자리에 앉아 테이블을 바라보기만 하던 준희가 조심스럽게 포크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케이크를 조금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7년 만에 맛본 티라미수는 너무나 향긋하고 달콤했다.
“음. 너무 맛있어요. 오빠도 얼른 먹어요.”
준희는 활짝 웃으며 곁에 나란히 앉아 있는 혁의 손에 포크를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마들렌을 하나 들어 한입에 넣고서 오물거렸다. 그동안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마들렌의 새콤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부드러운 달콤함으로 입 안에 번지자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던 가슴에 안개처럼 행복한 감정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준희는 간질거리는 듯 샘솟는 기분 좋은 감정에 소리를 내어 웃었다.
“왜?”
혁이 덩달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준희에게 웃는 이유를 묻자 준희는 또다시 맑은 웃음소리를 내고는 대답을 했다.
“오빠 만나니까 좋네. 그동안 이 맛있는 걸 못 먹었다는 게 좀 억울하긴 하지만 뭐 괜찮아요. 이제부터 질리도록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씩씩하게 말을 하고 다시 포크로 케이크를 떠서 입으로 가져가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준희의 모습에 혁의 가슴이 걷잡을 수 없는 행복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7년간 간절히 찾아 헤매던 맛을 찾아 준희의 입술을 부드럽게 가르고 들어가 맛을 보는 혁은 환희에 몸이 떨려왔다. 그토록 맛보길 원했던 가슴 떨리는 달콤함을 찾은 것이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 강한 팔로 준희를 당겨 무릎 위로 앉히고 더 깊은 곳까지 닿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준희의 허리와 뒷머리에 닿은 팔에 힘을 주어 가까이 끌어안으며 7년의 시간을 돌아 겨우 찾은 달콤함에 깊이 빠져든 혁은 멈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