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으음…….”
여전히 꿈속을 헤매는 중인 해빈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패기 역시 묵직한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가 어려웠다. 우현과 드디어 첫 키스를 나누는 달콤한 꿈에서조차 가위눌리는 모양이었다. 해빈은 본능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가슴을 짓누르는 정체모를 무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한순간이라도 더 이 달달한 꿈속 입맞춤을 연장하기 위해. 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온몸을 내리누르는 무게감은 도통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란 입맞춤이 돌연 그치었을 뿐. 해빈은 진한 아쉬움이 담긴 탄식을 입 밖으로 흘려보냈다.
“이봐, 프린세스 오로라! 찐하게 뽀뽀도 했는데 이제 그만 일어나지?”
귓가에서 사분대는 목소리가 한없이 낯설었다. 아니다. 귀에 익지만 절대 우현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가 이리 실실 웃는 말소리로 이렇듯 빈정거릴 리가 없었다. 당황한 해빈은 번쩍 눈을 뜨고서 정체불명의 남자를 있는 힘껏 밀어냈다.
“누구세……. 샘이 왜 여기 있어요?”
몸을 일으켜 세우는 재혁을 알아보고 해빈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소파에 똑바로 앉아 서둘러 흐트러진 옷가지와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정돈했다. 재혁이 예의 실실거리면서 빈정대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나?”
“저기, 그러니까 그게……. 나한테 그게 혹시 키, 키, 키…….”
“키스 했냐고?”
재혁의 물음에 해빈은 차마 소리 내서 대답을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여 긍정을 표시했다.
“아닌데. 키스는 그쪽이 나한테 했잖아.”
“내가요?”
해빈이 소파에서 튕기듯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재혁은 짐짓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럼 내가 덮쳤을까, 굶주린 늑대처럼?”
해빈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혁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하! 당신이 먼저 꼬셨잖아. 내 목에다 이렇게 두 팔을 두르고 확 끌어당겨서.”
“설마, 그럴 리가요?”
이지아
대학에서 국제경제학을 공부하였으나
전공과는 아무 상관없는 연애소설을 쓰면서
10년 넘게 글쟁이로 살고 있음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얼마 전 귀국
현재 경기도 모처에 은둔
역사 로맨스 [바람서리]를 끄적거리며 허송세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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