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릉 부르릉. 묵직하게 깔리는 자동차 엔진소리가 조금씩 멀어져갔다. 기다란 소파 끝 여린 몸뚱이를 동그랗게 웅크리고 앉은 해빈은 애써 그 소리를 못들은 체하며 바쁘게 손가락을 놀렸다.'톡 톡 톡. 날카롭게 세운 손톱과 손톱 사이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버블비닐이 터졌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가슴속 고통도 공기와 함께 사라졌으면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버블을 터트리고 또 터트려도 명치 한가운데 턱 하니 자리하고 앉은 욱신거리는 아픔은 여전했다. '해빈은 잠시 버블비닐 터트리는 손길을 멈춘 채 시선을 안방 쪽으로 옮겼다. 1년 365일 언제나 활짝 열려있던 출입문이 지금은 굳게 닫혀있었다. 흡사 세상 모든 것과 담을 쌓겠다는 것 같았다.'엄마도 자동차 떠나는 소리를 들었을까? 분명 들었을 거야. 아빠가 우리를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을 엄마도 알겠지. 엄마는 울고 있을까? 베개가 흥건하게 젖도록 눈물 흘릴 게 틀림없어.'해빈의 목구멍이 따끔따끔 아려오는가 싶더니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일자로 세운 무릎 사이에다 급하게 얼굴을 파묻었다. 견딜 수 없는 서러움이 치밀어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은데, 엄마가 듣게 될까봐 무서워 차마 눈물 흘릴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녀가 엄마를 돌보아야 했다. '해빈은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음을 애써 집어삼켰다. 다시 손톱을 놀려 버블비닐을 터트렸다. 톡, 톡톡, 톡톡톡. 공기 빠져나가는 속도가 자꾸만 빨라져갔다. 말이 좋아 아빠지 엄마 병이 깊어진 뒤로는 어차피 같이 살지도 않았다. 겨우 1년에 한두 번 얼굴 보는 것이 다였다. 그러니 울지 말자. 절대 울지 말자. 이깟 눈물 따위 결코 흘리지 말자. 톡톡거리는 소리에 맞추어 속으로 다짐을 짓는데, 소파가 소리 없이 출렁이며 한쪽으로 기울었다.'“해빈아, 너 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