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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석.

대학 시절, 힘이 없고 능력이 없어 그녀를 지켜줄 수 없었다.
세월이 지나 입주 가정부로 들어온 그녀를 다시 보았지만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다시 시간이 흘러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갈 준비를 한다.

지서희.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자존심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첫사랑을 다시 만났지만 거친 현실로 인해 마음을 숨기고 산다.
너무 많은 족쇄에 묶여있는 그가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본문 중에서-

“가족들을 모두 잃고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셋째 아이를 임심한 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스럽게 남편을 기다리다가 아이를 사산하던 날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절대로 남자에게 내 인생을 맡기지 않고 애들만 바라보고 살겠다고.
떠난 지 3년 만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서울에 돌아왔습니다.
두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과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딸과 서로 울지 않고 살자는 약속을 한 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억지로 고아원을 나왔습니다. 이탈리아 음식점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대학 선배님이라고 주장하는 사장님의 소개로 입주 가정부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집이 잠시 다니던 대학 시절 잠깐 마음에 두었던 선배님의 집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부끄러운 마음조차도 저에게는 사치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아이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 일부러 몸을 혹사시켰습니다. 아들 은우가 다쳤다는 전화를 받아도, 딸 은민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어도 가 볼 수 없었습니다. 함께 살 그날을 위하여 악착같이 일만 했습니다. 그 아픈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선배님의 쌍둥이 조카를 돌보며 엄마의 사랑에 목말라 할 내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지수와 희수가 즐거운 일이 있어 웃으면 내 아이 은민이, 은우도 웃고 있겠지, 쌍둥이가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내 아이등도 누군가 좋은 옷을 입혀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여 주겠지, 내가 쌍둥이의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서 기분 좋게 잠이 들면 내 아이들도 깨끗한 방에서 잘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5년을 견뎠습니다.
이제 제 아이들과 함께 모여 살 방을 구할 수 있는 돈이 모였습니다. 이제는 아이들만 바라보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 생각입니다. 그런데 왜 입주 가정부 일을 그만두지 않는지 궁금하십니까? 다른 미련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지수와 희수 때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정성을 다해 돌봐왔다고 자부합니다. 그것은 교장 선생님도 인정하시겠지요? 그 아이들이 수학 능력 시험을 치르러 가는 모습ㅇㄹ 보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제 욕심입니까? 제 존재가 불편하더라도 그때까지 참아 주세요. 그날 오후에 떠나겠습니다.
회장님. 그 사진 찍은 사람이 냉면집에 들어갈 대 거절하는 저를 사장님이 억지로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택시 타고 가라며 잡아 준 택시 거절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타는 모습은 찍혀 있지 않았습니까? 제가 기억도 못하는 사진까지 찾아낸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군요. 놀랍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에 대한 이인석 사장님의 감정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고 따라서 제가 책임질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괜한 분란에 휘말려 피곤해지고 싶지 않으니 이 문제는 이 사장님에게는 비밀로 해주시고 조용히 넘어가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서희는 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