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사랑합니다.


은 진영 .... 사랑하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 하나면 다 버텨낼 줄 알았습니다.
나의 힘든 무게도 모두 다 거둬 갈 수 있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강 소연 .... 나의 흔적을 남기고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걸고 살아갑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 사람을 잡을 수 있을까요.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무거운 진영과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한 소연.

아름다운 말을 맘 속 깊인 꼭 꼭 숨겼다 조심스럽게 내미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힘겨운 삶에 축복처럼 꽃비가 내리길

그리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기를.......


<본문 중에서>

진영이야기

“당신의 집에서 준 상처가 어떤 건지 알아요? 마음 값도 안 된다고 했던가요?”
진영은 갑자기 수족관 한쪽 편에 쌓아둔 시료채취용 작은 유리병을 들어서 바닥에 내리쳤다. 유리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유리가 흩어졌다. 서준은 그녀의 행동에 불안을 느끼며 눈이 커졌다. 진영은 그가 보는 앞에서 잔인한 미소를 흘리며 깨어진 조각을 하나 들어 자기 손목에 그었다. 붉은색이 선연한 핏방울이 흘러내린다.
“은진영. 이게 무슨 짓이야!”
서준이 고함을 치며 그녀의 손목을 잡아 지혈이라도 하는 듯 꼭 움켜쥐었다. 진영은 이를 악물며 서준의 손을 밀쳐냈다.
“이 상처는 피가 멎으면 끝나요. 잠시만 아프고 아물면 그뿐이라고요. 당신의 집에서 준 상처는요. 내 안에서 피가 흘러요, 절대 멈춰지지 않은 피의 상처가요. 아물지 않은, 그러니까 거기에 더해서 입히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쯤 해서 그만 해줘요. 난. 당신과 이러고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 그만 하게 해주세요.”
진영은 말을 마치자 주저앉는 서준을 그대로 두고는 연구실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소연이야기

소연은 은근히 화가 나서 점점 인상을 섰다. 고기 한 점씩 먹을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러 억지로 씹지도 않고 그냥 넘기며 목구멍에서 꼭꼭 누르고 있었다.
“뭐예요, 이게. 이렇게 멀리까지 데리고 와서, 이렇게 멋진 곳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왜 그런 말을 해요. 제가 옆에 계속 있는 거 그렇게 불편하세요? 내가 소장님 옆에서 그냥 보좌하겠다고요. 다른 거 해 달라는 거 아니잖아요, 내가 데이트하자고 조른댔어요? 내가 뭐 다른 거 해달라고 그랬냐고요. 왜 옆에 있는 거 그거조차 못하게 그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내게는 벗어날 수 없는 틀이 있으니까요. 권투하는 사각 링 있죠? 거기 올라가서 대결하는 선수들은 피투성이가 되어야 내려와요. 아닐 수도 있지만, 거의 다운돼서 기진맥진한 상태이거나 온몸에 멍이 들어 어찌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가게 되어서야 끝이 나죠. 내 주변을 둘러싼 그 틀이 그렇게 내가 망가져야만 벗어날 수 있는 거니까, 그 상태로 내가 뭘 하겠어요? 내가 그렇게 엉망이 되어서 가면 그게 전부 소연 씨 마음의 짐인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해요.”
“권투 선수들은 그렇게 해서 다음 링에 또 오르죠. 망가지고 깨어져도 다시, 그 사각 링에 올라요, 포기하지 않고요. 그 틀 벗어나려고 몸부림치지도 말고, 그 틀에서 망가지지도 말고, 그렇게 있어요. 내가 옆에서 수건으로 땀도 닦아주고, 피 흘리면 피도 닦아주기도 하고, 물도 주고 그럴게요. 가끔씩 이온음료도 드릴게요.”
민욱은 그녀의 말에 더 이상의 말은 건네지 못했지만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 새겨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