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늘 각박하기만 하고 낭만이라곤 한 조각도 없는 세상.
낭만을 믿으세요? 사랑을 믿으세요?
잃어버린 것을 찾으세요. 여기, 판타지랜드에서.
-본문 중에서-
“인형 탈을 쓰고 있으면 시야가 되게 좁아져요. 뚫린 구멍 사이로 보는 세상이 다거든요. 그치만 좁은 시야로 보면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이점도 있어요.”
“그렇겠네요.”
“한가해서 지루해지면 페스티벌월드 한가운데 가만히 선 채 사람 구경을 했어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도 구경하고 늘 마주치는 사람도 구경하고……. 그렇게 몇 년 동안 사람들 구경을 해서 그런지, 저는 딱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어요.”
승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 나라가 덧붙였다.
“눈을 보면 금방 알아요.”
“그래요? 그럼…….”
속도를 줄이며 나라와 시선을 맞춘 승현이 기대감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난 어때요?”
나라의 의심 한 점 없는 맑은 눈동자가 부드러운 눈웃음 사이로 숨었다.
“좋은 사람.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
못 마실 거라고 생각했던 와인은 의외로 맛이 좋았다. 아니, 아까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추천했던 값비싼 그것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었다.
승현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문득 판타지랜드에 가고 싶었던 이유를.
나라의 말처럼 그는 분명 뭔가를 잃어버렸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그것을 잃어버렸던 장소, 판타지랜드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이었다.
“고마워요.”
“뭐가요?”
손을 내밀어 나라의 따스한 뺨을 쓸어본 승현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드디어 찾았거든요.”
“뭘……요?”
“똑똑하잖아요? 직접 맞혀 봐요.”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지만 나라는 눈을 휘둥그레 뜨기만 했을 뿐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무언의 허락이 떨어지자 승현은 거침없이 나라의 입술을 훔쳐 버렸다.
두 사람이 달콤하고 따뜻한 와인이 물씬 밴 키스를 나누는 동안, 손바닥만 한 창밖은 점점 더 새하얀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경윤
차향
[출간작]
천사에게 고하는 안녕(2010)
붉은 종달새(2010)
낮에 나온 반달(2011)
크리스마스의 남자(2011)
늑대와 신포도(2012)
김 비서가 왜 그럴까(2013)
폴라리스(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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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참여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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