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짙은 동공은 부정이었다.
소년의 부정은 아팠다. 숨조차 쉬기 힘들만큼.
소년이 들려주던 노래, 소년의 입술, 소년의 온기…….
잔혹한 화인을 심장에 새긴 소년은 그렇게 사라졌다. 영원히…….
그런 줄 알았다.
11년 후, 소년이 돌아왔다.
소년이 새긴 화인과 함께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고장 난 시간……, 소년이 새긴 화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네가 그렇게 보면…… 나는 여전히 아프다.
너는 그렇게 나를 지웠지만…… 나는 여전히 그 여름 속을 걷고 있다.
<미리 보기>
정지한 세상이, 그 안에 갇힌 너와 내가, 생동하는 음악의 비트가…… 위험했다.
슬쩍……, 고개를 틀어 위태롭게 가까워진 태인의 동공을 피했다. 귀에 꽂힌 이어폰도 뺐다.
“이런 음악…… 내 취향 아니야.”
이어폰을 뺀 손이 태인의 손에 붙들렸다. 태인에게 붙들린 손이, 그 손에 들린 이어폰이…… 다시 귀에 가 닿았다. 끊겼던 음악이 다시 이어지고…… 태인의 다른 손바닥이 내 뺨에 와 닿았다. 그리고 물었다.
“그럼…… 이건 어때?”
이어폰을 쥔 내 손등을 감싼 태인의 오른 손, 이어폰을 통해 왼쪽 귓가로 흐르는 음악, 내 오른쪽 뺨을 쥔 태인의 왼 손, 그리고…… 내 입술 위로 포개진 소년의 입술, 뜨거운 호흡이 무질서하게 뒤섞였다. 쿠쿵, 쿠쿵……. 천둥처럼 고막을 울리던 기타의 강렬한 사운드가 아득하게 멀어졌다. 환청처럼 귓가를 맴도는 보컬의 노랫말…….
태인의 어깨를 밀어냈다. 간신히 지탱하고 서 있던 두 발을 움직여 부스 밖으로 나갔다. 막혔던 호흡을 토해내며 태인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답했다.
“이것도…… 내 취향 아니야.”
훗, 씁쓸한 웃음을 토해낸 태인이 천천히 부스에서 나왔다.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가르쳐 준 거야. 데이트 신청은 이런 식으로 하는 거라고, 정은수. ……취향이 아니라면 별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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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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