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봐. 네가 머릿속으로 한 상상.”
도준이 엄지를 세워 젖은 눈가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오랜 짝사랑을 들키기라도 한 듯 하윤의 뺨이 달아오른다.
비참함에 눈물을 삼키면서도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난 샅샅이 벗겼어, 널.”
맹목적인 욕망을 띤 눈은 한없이 짙다.
“난 원래 그런 더러운 놈이니까.”
대답할 새도 없이 입술이 맞물렸다.
8년 전, 가족을 잃은 제게 후견인이 되어 준 남자와의 위험한 불장난이었다.
[작가 소개]
임라윤
[본문 중에서]
“다시 얘기해 봐.”
벌을 주듯 그가 하윤의 턱 아래 옴폭 패인 부분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도준의 등 뒤로 문이 닫히자 하윤의 걸음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긴장한 기색이 얼굴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어제 했던 얘기.”
내내 흔들리던 눈동자가 놀란 듯 커졌다. 그제야 도준이 호텔로 찾아온 이유를 알게 된 하윤의 얼굴 위로 짙은 감정이 얽혀 들었다.
톡, 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 말간 눈동자가 눅눅히 젖어 있다.
“하룻밤이면 돼요.”
마지막 애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라앉은 음성은 퍽 진지했다. 마음을 달라는 게 아니었다.
고작 하룻밤이다. 몸뿐이라도 좋으니 도준을 한 번이라도 남자로서 가져 보고 싶었다.
어차피 5개월 후면 모든 게 끝이었다.
그러니 그 전까지만.
“어차피 오빠 곧 결혼하잖아요.”
한 번도 꺼내 본 적 없는 결혼 얘기에 도준이 눈가를 구겼다. 어머니가 다방면으로 혼처를 찾고 있었으니 그 이야기가 하윤의 귓가에도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5개월 후면 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안 되는 건데. 어차피 오빤 처음부터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횡설수설하던 하윤이 이내 말을 멈추었다.
이용하고 버려져도 좋다. 그래도 개의치 않을 만큼 지금 이 순간 도준이 간절했다. 8년을 그의 여동생으로 살았으면 이젠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더는 동생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제 후견인인 것도 싫었다.
“난 그냥 몸뿐이어도 좋으니까…….”
연예인, 비밀연애, 신분차이, 나이차커플, 재벌남, 나쁜남자, 상처남, 까칠남, 냉정남, 능력녀, 유혹녀, 상처녀, 짝사랑녀, 순정녀, 도도녀, 애잔물
[목차]
1권
1~6
2권
7~9
에필로그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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