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재회물, 첫사랑, 사내연애, 비밀연애, 소유욕/독점욕/질투, 집착남, 후회남, 계략남, 평범녀, 상처녀, 짝사랑녀, 신파
“흥분돼. 네가 그런 눈으로 볼 때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품.
하지만 그곳 역시 수현에겐 또 다른 감옥이었다.
“누가 봐도 불행에 젖은 눈빛.”
다정함에 기대 마음을 고백해 버린 그날.
그가 원한 것이 제 마음이 아님을,
그저 몸을 나누자는 뜻이었음을 알아 버렸으니까.
“그렇게 버티면 좀 달라져?”
“……버티니까 달라지더라고요.”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 관계.
그래야만 수현은 그의 곁에 머물 수 있었다.
구원해 줄 것처럼 내밀었던 손이 제 목을 졸라도.
“그래.”
그를 증오하는 만큼.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 참아 봐. 어디 한번.”
[작가 소개]
진시하
[본문 중에서]
그만둬, 우리.
품에 안은 사표처럼 늘 그 말을 목에 걸고 살았다.
신우가 없는 세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예린에 대한 질투심 때문인지, 곧 버려질 거란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표정은 또 왜 그래.”
수현은 멍하게 올려다보던 시선을 거뒀다.
신우에게는 연애도 사랑도 결혼도 바란 적이 없었다.
그저 감정을 숨긴 채 곁에 있는 것에 만족했다.
갇힌 새장 속 생활이 습관처럼 익숙해 그 밖의 세상이 두려웠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오늘, 잊었던 현실을 뒤늦게 직시했다.
“……결혼할 거예요?”
“상관있어?”
건조하게 돌아온 물음에 수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 예린이라는 존재가 있든 없든, 수현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예린이 없다고 해서 그 자리를 수현이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신우는 그걸 말하고 있는 거였다.
“그럼 그냥 이쯤에서…….”
“안 돼.”
신우는 곧장 수현의 말을 잘랐다.
수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이미 알고 있던 눈치였다.
그럼 나는 뭔데.
답이 궁금하지 않은 그 질문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마 자신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아래, 하찮고 보잘것없는 그 아래에 제가 있을 테니까.
“왜 이래. 이제 와서.”
“…….”
그는 천천히 다가와 모든 걸 관통하는 눈으로 수현의 뺨을 쓰다듬었다.
“나 없이 괜찮겠어?”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약봉지들을 눈으로 가리켰다.
제 품에 안기지 않고 악몽 속에 잠들 수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어차피 그만둘 거…….”
“그렇게 못 한다고.”
뺨에 얹어진 손이 소름 끼치도록 따뜻했다.
믿을 수 없는 온기에 수현은 몸을 움찔 떨었다.
“우리 서로 필요하잖아.”
그래. 그게 문제였다.
[목차]
1권 1~8장
2권 9~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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