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딱 1년만 저와 결혼해서 사는 건 어떻습니까?”
“굉장히 이기적이시네요.”
“저는 집안 어른들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겁니다. 그건 윤겨울 씨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독한 사람. 시선을 떼는 순간 사라져버릴까 봐 눈을 뗄 수 없는 사람.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필요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그녀의 인생까지 상관하고 싶어졌다. 이상하게도 윤겨울에게는…… 그랬다.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그냥, 이 사람이랑 해버릴까.
“말했잖아요. 윤겨울 씨 돕고 싶다고. 아직도 제가 필요 없어요?”
“필요해요.”
어차피 해야 할 정략결혼이라면 못 할 것도 없지.
“이준호 씨가 필요해요. 그러니까 도와주세요.”
“지금 무슨…….”
“저랑 결혼해요.”
2. 작가 소개
송진경
3. 차례
#1
#2
#3
#4
#5
#6
4. 미리 보기
“무슨 연락이기에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아요? 진짜 무슨 일 있어요?”
“왜 자꾸 물으시는데요?”
“왜 그럴 것 같은데요?”
겨울이 준호를 걷어내려고 거친 목소리로 쏟아대도 그는 거침없이 다가갔다. 그가 했던 말처럼, 정말 그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겨울이 뺨에 닿는 강렬한 시선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동시에 어지러운 생각들이 그녀를 덮쳤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겨울이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 지 얼마나 됐다고. 몸이 많이 약해졌나.
그녀가 자신의 안일함을 욕하며 정신을 다잡으려는 그때 검은색이었던 화면이 다시 반짝였다.
[네 급 떨어지는 소리 여기까지 다 들려. 고고한 척 소란 떨지 마. 주제를 알아야지.]
번갈아가며 그녀를 괴롭힐 생각인지 이번에는 채은이었다. 두 사람은 겨울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잔혹하고 거칠었다. 그녀가 삐뚤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글자를 씹어버릴 것처럼 째려보던 겨울이 깊게 올라오는 한숨을 꾸역꾸역 누르며 고개를 완전히 들다 준호와 시선이 얽혔다. 그의 선한 눈동자를 보는 순간 충동적인 마음이 그녀를 흔들었다.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그냥, 이 사람이랑 해버릴까.
그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준호가 사이를 깊게 파고들었다.
“말했잖아요. 윤겨울 씨 돕고 싶다고.”
“…….”
“아직도 제가 필요 없어요?”
그 한마디에 단단했던 겨울의 생각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필요해요.”
“네?”
별다른 기대 없이 던진 준호의 물음에 겨울이 시원하게 대답을 던져주자 커다래진 눈으로 그는 겨울을 바라보았다. 햇볕에 반사돼 밝아진 눈동자에 겨울의 모습이 비쳤다. 그녀가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해야 할 정략결혼이라면 못 할 것도 없지. 더는 지긋지긋한 작은아버지 내외와 얽히지 않을 수 있다.
다시 시작되려는 악연의 끈을 미리 자를 방법. 뜨겁게 달아올랐던 겨울의 머릿속이 이성을 찾으며 점차 차갑게 식어갔다.
“이준호 씨가 필요해요.”
거기다 1년이라는 제약이 붙은 결혼은 지금의 상황에서 나쁠 것 없는 조건이었다. 그녀는 굳게 마음먹고서 평이하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도와주세요.”
“지금 무슨…….”
“저랑 결혼해요.”
준호가 겨울에게 했던 그 말을, 그녀가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그렇게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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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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