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현실이 됐을 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동화 <미녀와 야수>이고 나는 이 이야기의 전개를 모두 꾀고 있다.
야수로 변한 아름다운 왕자의 저주는 진정한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원래 그렇게 단순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내가 있는 이 동화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단 말인가!
인간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왕?
그를 사랑한 나머지 파괴한 버림받은 마녀?
왕과의 색욕만을 탐하는 여자주인공 벨?
도대체 이 세계에서는 제대로 된 게 뭐야?
외적인 아름다움만이 사랑의 이유가 된다고?
헛소리 하지 마.
이 섬뜩한 무덤의 정원에서 내가 왕을 구해낼 테니까.
<본문 중에서>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네가 이 성에 온 거야.”
왕이 나의 어깨를 잡아 자신에게서 떨어트린 뒤 나를 꿰뚫듯 강렬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이글거리며 타오르듯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 널. 널 말이야. 네가 괜찮다고 생각됐다. 내가 값지게 깨달았던 진리를 거스를 것 같은 존재가 나타나 버린 거지! 그때 내가 느꼈을 혼돈이 상상이 가니?”
그가 얼핏 들으면 매우 친절한 것 같은 달콤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달콤한 만큼 나는 불안해진다.
“단순한 흥밋거리가 의지의 대상이 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지. 기어코 그 보름달이 뜬 날 네 침실을 찾아갔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난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내 옆에 곤히 자는 널 난 정말로 죽여 버리고 싶었다. 널 범하고 파괴하고 싶었어. 다시는 네가 너의 감언이설로 나를 위협하지 못하게 말이야! 너는 내게 치명적이고 유혹적인 마약이다. 너에 대해 내가 더 큰 환상을 품기 전에 널 망가뜨려야 살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난 내 잔인한 마음을 참았다. 유치한 넌 그 일에 질투 따위를 해댔지만 말이다. 퍽 귀엽더군. 사실 아주 마음에 들었어. 다시는 네게 손대지 말라고 울어 버리는 꼴이 깜찍했지. 근데 심장 소리를 안 들려준다는 건 너무하지 않아? 난 널 위해 그런 건데 말이야. 내 마음이 이해가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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