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용 씨한텐 오빠라고 하면서 나한텐 안 해?”
“기주 씨한테도 안 하는 걸요? 전 동네 오빠한테만 오빠라고 해요. 다른 남자들은 다 선배, 아니면 모모 씨라고 불러요. 관계 정리 명확하죠?”
“그럼 하태용 씨는 민들레한테 남자가 아닌가?”

들레가 느릿느릿 눈꺼풀을 깜빡거리더니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취기가 오르는지, 그녀의 눈동자가 혼탁해졌다. 초점이 흐릿해서 어딜 보는지 모를 만큼.

“남자는 맞는데, 성적으로는 관심이 안 가요.”
“그래? 성적으로 끌리는 남자도 있어?”

갑자기 들레가 피식 웃더니 그를 손가락질 했다.

“당신이요. ……끌리더라고요.”

기서가 숨을 멈추고 놀라 얼어붙은 채로 들레를 바라봤다. 주사겠지만, 취중진담이겠지만, 그녀를 떠올리며 자위를 해댈 만큼 그녀가 뇌리에 깊게 각인된 그로서는 그녀의 반응에 격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는 표정을 재빨리 지우고 애써 태평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네, 몰랐는데 호감이든 아니든 성적인 매력은 또 별개더라고요. 인성은 별론데 남자로서 뿜어져 나오는 페르몬은 압도적이라고 해야 하나……. 히히, 한 번 안겨봤음 좋겠다, 그런 생각을 찰나처럼 하긴 했어요.”

말을 툭 뱉어 놓고 들레는 자기 입술을 툭툭 때리면서 타박하기 시작했다.

“요놈의 미친 주둥이,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에잇! 맞아야 돼! 맞아!”

살짝 내민 입술을 그녀가 손으로 톡톡 치는 걸 가만히 보고 있던 기서는 청천벽력 같은 그녀의 생생한 고백에 잠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멍해진 얼굴로 창밖을 응시했다.

“그런데 사실이에요. 태어나 처음 느낀 감정이라, 그런 감정을 느끼고 사실 좀 놀랐지 뭐예요. 키스 한 번 제대로 안 해 본 주제에…… 욕정이라니요. 아하하, 웃겨!”

들레가 치열이 고른 치아를 드러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입술이 송편 모양처럼 예쁜 곡선을 그리는 걸 본 그는 그녀의 목덜미를 쥐고 무작정 잡아당겼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았고, 그는 거친 숨결을 토해 내며 고개를 모로 틀고 그녀의 입술 안쪽으로 깊게 파고 들어갔다.

“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