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

세상 누구보다 똘똘하게 생겨놓고 세상 누구보다 헛발질 잘하는 남자.

정체성의 혼란을 주었던 절친한 친구의 동생이 뭐, 여자라고? 혼란과 혼동에 빠져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결국 군대까지 보내게 만들었던 친구의 '남동생'이 사실은 여자란다.

김기준, 쇼했다.


이 결

오빠의 곁에 영 마땅찮은 친구가 있음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저 신경 쓰인 적 없고 관심둔 적 없었으니 만날 이유도 마주칠 이유도 없었다.

모든 인연은 우연으로 시작되고 필연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던가. 지금껏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거짓말처럼 그 사람이 신경쓰이고 또 마음을 흔든다.

그런데 뭐? 남자로 착각했다고?




-본문 중에서-


빨리 결이 멀어졌으면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준은 터질 듯한 가슴을 주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아픔을 달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든 몇 년이고 머무른, 군대에 있을 때의 2년을 더하면 꼬박 삼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한 구석을 차지한 감정을.
이미 재미없는 콩트를 찍는 두 사람의 옆으로 한 사람은 매우 진지하다.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결의 친구 유리만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고 결국 먼저 자리를 피한 것은 기준이었다.
“간다.”
“어? 야, 기다려 같이 가.”
마저 커피를 원샷한 준은 서둘러 짐을 챙기며 아주 정교한 발음으로 결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이 오빠가 바빠서 봐준다.”
덜커덩 쿵.
한껏 멋지게 몇 걸음 걷던 기준이 삐끗거리며 파티션에 명치를 박았다. 상당한 고통이 동반될 것 같아 모두들 안쓰러워하는데 정작 기준은 숨 넘어갈듯 아픈 통증에도 끼이익 고개를 돌리며 경악에 금치 못하는 눈동자로 준을 바라보았다.
“어, 안 죽겠냐?”
어쩐지 자신까지도 아픈 것 같아서 명치부근을 문지른 준이 물었으나 기준은 제 아픔 따위는 전혀 상관없는지 준과 결을 번갈아보다가 더듬더듬 물었다.
“……오빠?”
“뭐. 오빠가 왜.”
퉁명스러운 물음.
“오, 오빠?”
결을 향했던 손가락이 준을 향하고 준에게 머물렀던 손가락이 다시 결에게로 향한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새삼 결과 준의 관계를 정확히 묻는 것으로 사료되었고 준은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게 뭐.”
“……말도 안 돼.”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설명할 수 없는 눈으로 기준은 욱신거리는 제 명치를 쥐듯 누르며 입을 뜨악, 벌렸다.
김기준, 쇼했다.

'디딤돌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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