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사랑하는 선생님’과 연작임을 알려드립니다.


졸업.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사제지간의 인연으로 만나, 이제는 인생의 동반자가 된 그 사람과 저의
깨소금 쏟아지는 알콩달콩 신혼이 시작되었어요.
이렇게 남들보다 일찍 가버린(?)것에 대하여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
항상 달콤한 나날일 것 같았던 결혼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아요.


- 이유나 / 20 / Y대학교 경영학과 1학년생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가 무섭게 낚인, 아니 팔려온 어린 신부.
신혼여행 첫날밤에 받은 충격과 공포로 인하여 몇 달째 밤마다 남편을 피 말리는 중.
다소 쌀쌀맞고 새침한 깍쟁이처럼 보이나 알고 보면 무척 순진하고 겁이 많으며 소심한 성격.
유부녀인 것을 티내지 않기 위해, 학교 내에서는 무려 남편을 남자 친구로 만들어놓는 등 적당히 철딱서니도 없음.


- 강세준 / 31 / 명인그룹 대표이사
갓 스무 살이 된 어린 신부를 냉큼 업어 와서는 데리고, 아니 키우고 사는 중인 새신랑.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밤마다 도 닦는 나날을 보내며 서서히 말라죽어가고 있음.
사내에 퍼진 ‘사이보그’라는 별명답게 차갑고 냉정하며 무뚝뚝한 편.
술 마시고 취한 아내를 모시러가기 위해, 사촌동생의 학생증까지 매수하여 대학생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치밀함을 보임.



철없는 어린 신부가 한 남자의 진정한 아내로 거듭나기까지,
열한 살 차이나는 부부의 아찔하고도 달달한 신혼 생활 이야기.







- 본문 중에서-


“꺄악!”
유나는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그를 힘껏 밀어내 버렸다. 그리고 옆의 이불을 홱 잡아 끌어당기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그녀의 격한 반응에 세준의 입술 새로 긴 한숨이 비집어져 나왔다. 지금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첫날밤 이후로 계속해서 쌓아 온 무지막지한 욕구불만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뭐하는 짓이냐니. 몰라서 물어?”
“…….”
“매일 말도 없이 먼저 자버리고. 너 혹시 밤마다 내 인내심 테스트 하는 거냐?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그, 그래도…….”
그녀를 보며 이렇게 서운한 마음을 토해 내는 그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유나는 현재의 부끄러움이 그 마음보다 훨씬 더 컸다.
“그래도, 잠든 사이에 이러는 게 어딨어요!”
“그래? 그럼 지금 깼으니까 됐군. 빨리 이불 걷어치워. 오늘은 그냥 안 넘어간다.”
유나는 떨리는 고개를 들어 바로 앞에 있는 세준의 눈을 바라보다가 흠칫 놀라 재빨리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녀의 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부담스러우리만큼 뜨거웠다. 그 뜨거운 눈길만으로도 유나는 이미 온몸이 발가벗겨진 듯한 부끄러움이 몰려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난번에 한번 관계를 가지기야 했다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이런 일이 어색하면서도 쑥스럽기만 했다.
그래서였을까…….
유나는 이불을 걷으라는 그의 말에 머뭇머뭇 망설이다가 오히려 끌어당긴 이불을 두 손으로 꾹 붙잡았다. 동시에 세준의 인상이 심하게 구겨져 갔다.
그의 손이 이불을 붙들고 있는 그녀의 손에서 억지로 이불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아예 침대 밖으로 휙 내던져 버렸다. 등 뒤의 후크가 풀어져 어깨에 매달린 브래지어가 밖으로 드러나자 깜짝 놀란 유나는 얼른 양팔로 가슴께를 가렸으나, 그녀가 그러든 말든 세준은 어설프게 앉아있던 그녀를 밀어 눕히고는 곧바로 입술을 거칠게 덮었다.
잔뜩 달아오른 그의 숨결과 함께, 뜨거운 혀가 그녀의 입 안으로 거침없이 타고 넘어와 온통 핥고 빨아들이고 휘저어 대면서 그녀를 통째로 집어 삼켜버릴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당하고 있던 유나는 점점 모자라는 산소에 힘겹게 숨을 내쉬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어렸던 그녀를 위해 웬만하면 사정 봐 줘 가면서,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입술 뽀뽀만 하던 그는 이제 없었다. 더구나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꽤나 컸던 모양인지 지금의 키스는 평소보다도 한층 더 과격했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치는 소리가 듣기 민망할 정도로 방 안에 진득하게 울려 퍼져 갔다. 세준이 그러면 그럴수록, 유나에게는 첫날밤의 그 공포가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결국 유나는 반항하며 바동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반항쯤은 세준에게 있어서는 그저 아기들 장난 수준도 되지 않았다. 그는 유나의 가는 손목을 가볍게 움켜쥐고, 나머지 손으로 브래지어를 걷어 올린 후 앙증맞은 분홍빛 유두를 입 안에 머금고 빨아들였다.
바로 그때…….
“싫어요!”
그제야 그에게서 입술이 풀려난 유나의 소프라노 뺨칠 듯 높은 목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가르고 빽하니 울려 퍼졌다. 순간 흠칫 놀라버린 세준은 입술을 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뭐?”
점점 굳어져 가는 그의 표정은 눈에 뵈지도 않는지, 유나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다시 한 번 소리치며 그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시, 시, 싫다고요!”
“……싫다고?”
“정말이지! 결혼했다고 해서, 꼭 밤마다 이런 걸 안 하고는 못 견디나요? 선생님 변태 같아요!”
“뭐? 변태?”
갑자기 어디선가 솟아난 거대한 망치가 그의 뒤통수를 꽝 하고 강타해 왔다. 완전히 어이를 상실하여, 세준은 하던 행동을 멈춘 채 기가 차다는 듯 유나를 바라보았다. 유나는 격한 숨을 토해내며 씩씩거리다가 다시 양팔로 가슴께를 가리더니 고개를 옆쪽으로 휙 돌렸다.
“하…….”
“…….”
“젠장할.”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뻗어 나온 뜨거운 열기가 목구멍을 타고 슬금슬금 올라오더니만 머릿속까지 열이 확 뻗치도록 만들어 버렸다. 세준은 한손으로 이마의 머리칼을 거세게 쓸어 넘기며 끓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이제부터는 너한테 손가락 하나 안 댈 테니까! 빌어먹을, 와이프한테 변태 소리나 듣고. 나 참 어이가 없군.”
점점 격해져 가는 그의 음성에도 유나는 아무런 대답 없이 옆쪽으로 몸을 틀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불을 은근슬쩍 주워서는 침대 위로 끌어당겨 다시 덮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세준은 순간적으로 뒷골이 확 당겨 왔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잔뜩 구겨진 캔처럼 인상을 팍 구기며 옆의 침대에 짜증스럽게 누워 버렸다.










- 미리보기-


색색의 잡곡밥이 올라가 있는 유나의 은수저 위에 젓가락이 날아오고, 곧 뽀얀 생선살이 밥 위에 얹어졌다. 동시에 유나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생선 싫어요.”
“안 돼. 그렇잖아도 허약 체질인데, 편식까지 심하니까 더 비실비실한 거잖아.”
옆에서 세준이 그녀에게 어서 먹으라는 눈짓을 했다. 유나는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고 그를 바라보다가,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있는 시댁 식구들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싫……은데.”
“그러지 말고, 딱 다섯 번. 다섯 번만 먹자. 응?”
본인의 식사는 아예 뒷전인지, 아까부터 아기 새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어미 새처럼 유나를 챙기던 세준이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유나는 눈앞에 있는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발그스름하게 양 볼을 붉히고는 수저를 입 안에 쏙 집어넣었다.
어찌 된 것이 한 집에 살면서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저 남자의 예쁜 웃음은 정말이지 볼 때마다 흐물흐물 녹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평소엔 심하게 차갑고 무뚝뚝하던 사람이 저렇게 나온다면 왠지 더 약해지기 마련이었다.
유나가 입 안의 음식을 꼭꼭 씹는 동안 그는 다시 생선을 곱게 발라서 가시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그녀의 밥숟가락에 올려놓는 일을 반복했고, 유나는 속으로 다섯 번을 세면서 그것을 군말 없이 받아먹고 있었다.
앞쪽에서 그들의 행태를 라이브로 감상하고 있는 강 회장과 세영, 그리고 세영의 남편인 현우는 점점 석화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지금의 세준과 유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이미 없는 사람들이었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우물우물 거리는 유나가 아주 귀여워 죽겠는지, 세준은 씩 미소 짓더니 그녀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고 이런 일쯤은 늘 당연하다는 듯 유나는 그저 먹기 싫은 생선을 목 안으로 넘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와 함께 완벽하게 돌이 되어버린 강 회장과 세영, 현우는 쩍쩍 금이 가며 갈라져 나가기 시작했다. 저 둘을 보고 있자니 정말 손발이 오글거리다 못해 아예 없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들의 수저가 허공에서 뚝 멈춰진 채 움직이질 않자 세준이 그제야 맞은편을 바라보며 뻔뻔스레 입을 열었다.
“식사들 안 하고 뭐하십니까.”
“쿨럭, 쿨럭.”
결국 견디다 못한 현우가 수저를 탁 내려놓고 연타로 기침을 해 댔다. 오늘 처음으로 보는 세준의 저런 모습은 강 회장과 세영보다도 현우에게 있어서 더더욱 적응이 되지 않는 탓이었다.
아무리 손아래 처남이라지만, 아내의 하나뿐인 동생이라는 남자는 날 때부터 타인의 위에 서서 남을 지배하는 것에 익숙한 대기업의 오너로서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감탄하며 지금껏 경외감마저 느껴 왔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그의 모습은 그저 마누라 바보에 팔불출 애처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현우는 세영에게서 물 컵을 받아들고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켜다가 의자를 뒤로 빼며 일어섰다.
“아……, 이거 참. 오늘따라 소화가 잘 안 되네. 거참.”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거의 뛰는 것과 다름없는 걸음으로 화장실을 향했고, 강 회장은 여전히 아내만을 챙기고 있는 세준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옆의 세영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내 자식이라지만, 저놈은 정말 미친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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